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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현장검증 무산 … 육로는 시위대, 하늘은 안개에 막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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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원들이 10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주민과 시민단체는 사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원들이 10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주민과 시민단체는 사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10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안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국방부·환경부 공동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검증) 작업이 이날 오전 지역민과 시민단체 반대로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종교인·시민단체 회원들이 육로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데다 기상 악화로 헬기를 통한 접근까지 어려워지면서다.

시민단체들 “배치 반대” 길목 막아 #기상 악화로 헬기 통한 진입도 실패 #미·북 ‘말 폭탄’ 속 배치 절차 차질 #정부 측 “늦어지면 다른 방법 고려”

미국과 북한이 연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사드 임시 배치는커녕 그에 앞선 전자파·소음 측정마저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성주 사드 기지 내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간 사드 기지에서 이뤄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장 확인 계획이 알려진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 회원들은 반발했다. 현장 확인 참여를 거부한 것은 물론 육로도 차단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성주·김천 주민과 종교인, 시민단체 회원,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참가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해 불법적이고 졸속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정당화하려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드 가동과 이를 위한 공사를 멈춰야 한다”며 “사드 장비를 일단 반출한 다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현장 확인단 측은 육로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 헬기를 타고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날 사드 기지 일대에 안개가 가득 끼어 헬기도 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 측은 현장 확인 연기 결정을 내리고 주민 측에 통보했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10일) 계획됐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는 지역 주민, 시민단체 등과의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추후 별도의 일정을 판단해 재추진키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설명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주민 협조와 참여 등 제반 사항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본인의 건의로 사드 완전 배치와 이에 앞서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을 위한 전자파·소음 측정 작업도 두 차례나 무산된 실정이다.

국방부는 내심 청와대의 ‘결단’만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늦어도 다음달까지 진전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의회조사국 “사드 비용 미국이 부담”

미 의회조사국(CRS)은 10일 펴낸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사드 부지는 한국이 제공하고 사드 시스템과 운용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재확인했다. 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드 비용은 8억~16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의회조사국은 경북 성주 주민들이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레이더와 관련된 건강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드 비용 문제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해 파장이 일었다. 사흘 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트럼프의 발언을 뒤집었다.

성주=김정석 기자, 이철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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