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육아휴직을 부부가 균등하게 쓰라.'
온전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려면 아빠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라는 말이다.
스웨덴 연구진, 독박 육아에 따른 부부 관계 부정적 영향 경고 #남성, 육아휴직 제대로 안 쓰면 이혼 확률 두 배 이상 높아져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둘째를 안 가지는 등 출산에도 영향 #한국, 소득감소나 눈치 때문에 전체 휴직자 중 남성은 11%뿐
스웨덴 더 로컬(The Local)지가 '가족 이슈 저널(Journal of Family Issues)'을 인용해 최근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나라 중 하나다. 부모는 자녀당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나눠 쓰지 않으면 부부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위기에 몰리거나 자녀를 낳지 않는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육아의 부담을 부부가 공동으로 균등하게 나눠쓸 때 건전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는 554명의 스웨덴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부모가 얼마나 육아휴직을 썼는지, 휴직을 공유하는 방식에 만족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스톡홀름대학 마리아 브랜든 교수는 "대부분 부모가 육아휴직을 균등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부부 중 한 명은 집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부부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일 가운데 절반(50%)씩 나눠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불과 20%의 남성만 부부에게 부여된 육아휴직일 중 40% 이상을 사용했다. 4명의 아빠 가운데 한 명이 '자녀와 함께 더 오래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불균형과 이에 따른 불만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연구결과다.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아빠는 엄마와 헤어질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또 아이를 낳을 가능성까지 현저하게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든 교수는 "부모의 균등한 휴가 분배가 한 쌍의 미래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스웨덴 남성의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비율은 1999년 12%에서 지난해 27%로 늘었다.
한국에서는 전체 육아 휴직자 대비 남성 육아 휴직자의 비율은 11.3%(6월말 기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남성 육아휴직지가 52.1%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동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책임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소득감소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와 직장 내 동료의 시선이나 경쟁력 저하 같은 눈치를 볼 일이 많아서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최근 아빠 육아휴직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일하는 문화 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근로감독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