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현대미술에선 아이디어가 더 중요…조영남 대작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교수 겸 미술 평론가 진중권. [중앙포토]

교수 겸 미술 평론가 진중권. [중앙포토]

교수 겸 미술 평론가 진중권(54)이 그림 대작 관련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71)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해 조영남에게 힘을 싣는 증언을 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그림 대작 사기혐의를받고 있는 조영남의 6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은 검찰측 증인 최광선 화백과 조영남측 증인 진중권의 심문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조영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진 교수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조수를 고용하는 것"이라며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예술적 논리를 시장에 관철시키는 것이다. 알려진 작가들은 거의 조수를 고용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해 직접 표현돼야 한다는 규범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조씨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씨가 냈고, 시장에 예술적 논리를 관철시킨 것도 조씨다. 또 화투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한 것도 조씨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확인하고 사인을 한 것도 조씨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작품들은) 명백히 조씨의 원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진중권은 조영남의 미술 세계에 대해 팝아트라고 규정하며 "우리 나라에서 화투 그림을 보고 누가 생각 나느냐고 물으면 누구나 조영남을 떠올릴 것이다. 현대 개념 미술은 콘셉트 및 아이디어가 핵심이고 주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수 사용 및 제작 과정 공개 여부에 대해 합의된 규범 및 법안이 없다. 작가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조영남이 조수에게 다소 낮은 처우를 한 것은 안타깝다. 조수를 양성화 시키고 처우가 좋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남. [중앙포토]

조영남. [중앙포토]

최 화백은 "현재 국내 미술계의 풍경을 무시하고, 조영남을 현대 미술의 거장처럼 판단해 외국 사례를 대입하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화단의 정상적인 상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며 "조영남이 아니라면 그 비싼 가격에 그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남 재판의 선고일은 오는 10월 18일로 정해졌다.

앞서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무명화가 송씨와 오씨에게 그림 한 점당 10만원을 주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임의대로 회화 표현해 달라고 지시한 후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해 1억6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