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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대책, 있긴 했나요? 7월 은행 가계대출 최대폭 증가

중앙일보

입력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등을 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등을 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6·19 부동산대책의 효과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7월 중 6조7000억원 증가해 전년 동기 추월 #6·19 부동산 대책 아무런 효력 발휘 못해 #고강도 8·2 부동산대책으로 급증세 진정 전망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7월 중 6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6월(6조2000억원)보다도 증가폭이 5000억원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지난해 7월(6조3000억원)의 증가규모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1~6월만 해도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7월에 유독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한달 동안 4조8000억원 늘어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꾸준히 취급되는 가운데 주택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개별 주택담보대출도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5000호로 전달보다도 1000호가량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이는 6·19 부동산대책이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드러내 주는 통계다.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씩 낮추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은행권 주담대 증가세마저 가속화됐다.

하지만 이런 가계대출 증가세는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인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서울 전역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서 LTV·DTI 규제비율이 40%로 줄어드는 게 직접적인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추세라고 가정한다면 대출규제로 인해 줄어드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 효과는 4조3000억원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주택매매거래 자체가 위축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8·2 대책으로 주택수요가 얼마나 감소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다만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가산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달 중 발표를 앞둔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주담대뿐 아니라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깐깐하게 따지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여신심사의 지표로 활용하는 내용이 담긴다. 우선 각 시중은행이 올해 안에 자율적으로 DSR을 여신심사에서 활용하는 시범운영을 한 뒤, 이후 의무화하는 식의 단계적 도입이다. 단, DSR에 일률적인 규제비율 한도를 둘지, 아니면 간접적으로 ‘고(高) DSR 대출 비중을 얼마 이하로 하라’는 지침만 줄지는 은행권의 시범운영 상황을 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DSR이 도입되면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포함한 원리금 상환능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대출 받기는 더 까다로워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로 관리하면 지금처럼 주담대를 못 받는다고 신용대출로 우회할 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너스통장처럼 1년 만기이지만 실제로는 만기가 계속 연장되는 경우, 전액이 아닌 일부만 DSR에 반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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