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준다며 앱 깔라더니…금감원 전화가 사기범에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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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1332)’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총 4만866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6만864건)보다 20.1% 줄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사례 분석 #가짜 공문 보여주며 대포통장 입금 유도 #비트코인 영수증 사진만으로 현금 빼 가 #서류 위조해 대출 받게 해주고 수수료 챙겨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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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로는 피해신고 사례의 4분의 1 정도가 대출사기에 해당했다. 법정이자율 상담이나 법률상담, 채무조정 등 단순 상담(2만7323건, 56.1%)을 제외하면 실제 피해신고의 절반 이상이 대출사기와 관련된 내용인 셈이다. 이어 보이스피싱, 미등록대부, 불법대부광고 등과 관련한 신고 사례가 많았다.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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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특히 “햇살론ㆍ새희망홀씨 등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며 수수료 명목 등으로 돈을 요구하는 대출사기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은행ㆍ○○캐피탈 등 금융회사를 사칭하면서 신분증이나 체크카드 등을 요구하거나 특정 계좌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대출권유 전화를 받는다면 일단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의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등록대부업체 통합 조회’ 메뉴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해당 금융회사 대표 전화번호를 통해 실제 대출 신청 접수를 받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김상록 팀장은 “대출상담할 때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는 응하지 말고,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금리, 불법채권추심, 미등록 대부 등 불법사금융 관련 문의나 신고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금감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1332)’에 신고하면 된다. 김 팀장은 “신고시 대출계약서, 원리금 입금증, 휴대폰 녹취, 사진, 목격자 진술 등 불법사금융 피해관련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수사진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금감원이 제시하는 4대 피해신고 사례 유형이다.

① 금융감독위원회? 문서 사칭…대출 사기
#A씨는 지난 6월, ○○캐피탈의 전화를 받았다. 마침 급전이 필요했는데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출중개인(사기범)은 다만 금감원에 신용보증료 명목으로 이백만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 서류를 처리하려면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에 링크된 주소(URL)을 클릭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앱을 설치한 후, 그 앱을 이용해 금감원 콜센터 1332에 전화를 걸었다. 금감원 쪽에서는 이백만원을 입금해야 대출이 된다는 걸 확인해 줬다. 아무 의심없이 대출중개인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알고 보니 대출중개인은 사기범이었고, A씨가 통화한 금감원 직원도 사기범의 공범이었다. 앱을 통해 전화 연결된 곳은 금감원이 아니라 사기범 사무실이었다.

#B씨는 지난달 ○○캐피탈의 전화를 받았다. 대출을 해 주겠다고 해 자세한 조건을 상담 중인데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대출이 된다면서 이를 위해 편의점에서 비트코인 상품권을 구입한 후 영수증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라고 했다. 미심쩍기는 했지만 상품권 실물도 아니고 영수증을 찍어 보내는 거라 의심없이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나자 연락이 두절됐다. 알고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사기범이었다. 사기범은 사진 속 영수증에 있는 카드번호(프리페이드 번호)를 이용해 상품권을 이미 현금화했다. 문제의 비트코인 상품권은 실물 없이 카드번호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했다.

#C씨는 ○○금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쓰고 있는 고금리 대출이 아니라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대출중개인(사기범)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초과로 승인이 거절된다’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가짜 공문을 보여줬다. 기존 빚을 갚아야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면서 300만원을 ○○○법무사 계좌(대포통장)로 입금하라고 했다. 그리고 돈을 입금했더니 연락두절. 알고 보니 금융감독위원회라는 정부 기관도 없는 조직이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돼 있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②연 668.9% 이자…불법 고금리 대출
지난 2월 부산에 사는 D씨는 미등록대부업자로부터 200만원의 대출 받았다. 그러나 D씨가 손에 쥔 돈은 150만원. 수수료 명목으로 50만원을 바로 공제했다. 그리고 매일 4만원씩 64일을 송금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실수령액 150만원을 감안하면 연 이자율은 668.9%에 해당한다. 법정 최고 이자율 27.9%를 초과하는 불법 고금리 대출이다.

③연체 사실 공개 압박…불법 채권추심
수원에 사는 E씨는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미등록대부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대출받고, 월 100만원씩 이자를 내기로 약정했다. 이자가 연체되자 페이스북에 채무자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사진 및
채무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채권추심했다.

④서류 위조해주고 수수료 챙겨…불법 대출중개수수료
서울에 사는 F씨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미등록 대부중개업자와 대출상담을 했다. 그는 F씨가 대출 자격 요건이 안 된다며 F씨의 직장 관련서류를 조작해 대출받게 해줬다. 대출금이 들어온 후 중개업자는 F씨에게 10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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