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해군기지서 핵추진 잠수함 설명 듣고 “그게 해군 꿈이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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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일정을 보면 ‘잠수함 행보’가 많다.

문 대통령이 잠수함 챙기는 까닭 #노무현 정부 ‘362사업’ 추진 무산 #송영무 장관도 당시 실무진 참여 #5조원 비용 필요, 전략가치는 충분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국산 잠수함을 처음으로 수입한 인도네시아의 리아미잘드 리아쿠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이튿날에는 진해 해군기지 내 잠수함사령부를 방문해 잠수함 ‘안중근함’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질문을 했다. “작전 기간이 길고 속력이 빨라 북한의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핵추진 잠수함이 해군의 꿈이군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잠수함과 오랜 인연이 있다.

특전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군 복무시절 잠수함 침투 훈련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시절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3척을 2020년 전에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른바 ‘362사업’(2003년 6월 2일 보고에서 따온 말)으로 불린 이 계획은 비밀리에 추진되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무산됐다.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은 당시 해군 실무진으로 이 계획에 참여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가다.

‘362사업’ 단장을 지낸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4000t급 핵추진 잠수함은 1척에 1조60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함정은 보통 3배수(1척은 작전, 1척은 대기, 1척은 정비)로 건조하는 만큼 핵추진 잠수함 3척을 건조할 경우 약 4조8000억원, 여기에 정비시설 등을 고려하면 5조원이 넘게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문근식 전 362단장은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비용이 디젤 잠수함(3000t급)에 비해 두 배가량 들어가지만 전략적 가치는 10배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핵 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SLBM에 대항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통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반영구적으로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충전을 위한 엔진 가동 때 물 위로 부상해야 하는 디젤 엔진과 작전의 차원이 다르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유사시 북한 잠수함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공격을 할 수 있다.

한편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7일 한국의 미사일 지침(최대 사거리 800㎞일때 탄두 중량 500㎏) 개정 요구와 관련, “한국이 현재 보유할 수 있는 탄두 중량과 미사일(사거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데 이를 개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허진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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