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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급구” … 반도체 업계, 일손 확보 치킨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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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모니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모니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역대 최고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일손 확보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경력직부터 고졸 생산직까지 전방위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역대급 호황 반도체 산업의 그늘 #삼성전자·하이닉스 최근 채용 공고 #실업고 졸업생 300명 별도로 뽑아 #전공자 수 많지 않아 인력 수급 꼬여 #외부 수혈 어려워 구인난 계속될 듯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 채용 홈페이지’(www.samsungcareers.com)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할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상세한 채용 부문을 별도로 붙인 첨부 파일로 소개했는데 무려 4페이지에 달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인부터 디바이스 프로세스, 마케팅, 생산기술까지 사실상 반도체 생산 관련 전 분야를 적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몰리는 데다 라인 증설을 병행하고 있어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력직 지원 자격도 ▶박사 학위 소지자 ▶박사 학위 취득 예정자 ▶석사 학위 소지자로 6년 이상 경력 ▶학사 학위 소지자로 8년 이상 경력 등 다양하게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는 실업계고 졸업생 300명을 별도 채용하기도 했다. 그간 고졸 생산직 신규 채용은 졸업 예정자를 주로 뽑았지만 지난해 8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이 강화되면서 재학생에게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시킬 수 없게 됐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라인이 쉬지 않고 가동된다. 졸업 예정자를 교대 야간 근무에 투입할 수 없게 되자 이미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실업계고 취업담당 교사들이 이미 졸업한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전자 공채에 지원해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SK하이닉스도 지난 1일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모집 부문은 제품 인증 등 품질 기술 관련 3개 분야로 전기·전자·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학사 이상 학위 보유자 가운데 8년 이상 경력자를 뽑고 있다. 이 밖에 D램 테스트 솔루션 소프트웨어, 메모리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등에서도 경력 사원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관련 업무는 크게 ▶제조 직접 인력 ▶설비 엔지니어 ▶연구직의 3개 분야로 나뉜다. 방진복을 입고 생산 라인에 근무하는 인력이 ‘제조 직접’으로 분류된다. 주로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정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일을 한다. 과거에는 방진복을 입은 제조 직접 인력들이 눈빛으로 소통하면서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르기도 했지만, 생산 공정 자동화로 라인 안에서 움직이는 인력은 거의 사라졌다.

생산 라인과 각종 장비들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 인력이 ‘설비 엔지니어’다. 이들도 기계나 장비 점검을 위해 라인 안에 들어갈 땐 방진복을 입는다. 제조 직접 인력이나 설비 엔지니어 분야에는 고졸 인력이 많이 배치된다.

인력이 가장 부족한 분야는 반도체 설계나 디자인을 담당하는 연구직이다. 숫자로는 학사 출신이 제일 많지만 석·박사급 인력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연구직 중에서도 곧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지만 인력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다.

업계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분야가 인력 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 있다”고 토로한 것도 연구직 확보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승백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상무는 “반도체가 어려운 분야다 보니 대학에서 전공하는 학생의 숫자가 많지 않아 공급되는 인력 수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력이 한국이 가장 앞선 분야라 외국 인력을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반도체 분야의 일손 부족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20조원가량을, SK하이닉스는 9조6000억원을 반도체 공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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