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반도체 "일손 부족"…경력서 고졸까지 전방위 구직

중앙일보

입력

역대 최고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일손 확보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경력직부터 고졸 생산직까지 전방위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력직 채용 나선 삼성전자 #업무 분야 소개만 4페이지 달할정도 #SK하이닉스도 상시 채용 나서 #"반도체 전공자 수 적은 데다 #한국이 1위라 외국서 영입도 어려워"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채용 홈페이지’(www.samsungcareers.com)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할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상세한 채용 부문을 별도로 붙인 첨부 파일로 소개했는데 무려 4페이지에 달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인부터 디바이스 프로세스, 마케팅, 생산기술까지 사실상 반도체 생산 관련 전 분야를 적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몰리는 데다가 라인 증설을 병행하고 있어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력직 지원 자격도 ▶박사학위 소지자 ▶박사학위 취득 예정자 ▶석사학위 소지자로 6년 이상 경력 ▶학사학위 소지자로 8년 이상 경력 등 다양하게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는 실업계고 졸업생 300명을 별도 채용하기도 했다. 그간 고졸 생산직 신규 채용은 졸업 예정자를 주로 뽑았지만 지난해 8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이 강화되면서 재학생에게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시킬 수 없게 됐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라인이 쉬지 않고 가동된다. 졸업 예정자를 교대 야간 근무에 투입할 수 없게 되자, 이미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실업계고 취업담당 교사들이 이미 졸업한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전자 공채에 지원해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일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모집 부문은 제품인증 등 품질 기술 관련 3개 분야로 전기·전자·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학사 이상 학위 보유자 가운데 8년 이상 경력자를 뽑고 있다. 이밖에 D램 테스트 솔루션 소프트웨어, 메모리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등에서도 경력 사원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관련 업무는 크게 ▶제조 직접 인력 ▶설비 엔지니어 ▶연구직의 3개 분야로 나뉜다. 방진복을 입고 생산 라인에 근무하는 인력이 '제조 직접'으로 분류된다. 주로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정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일을 한다. 과거에는 방진복을 입은 제조 직접 인력들이 눈빛으로 소통하면서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르기도 했지만 생산 공정 자동화로 라인 안에서 움직이는 인력은 거의 사라졌다.

생산 라인과 각종 장비들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 인력이 '설비 엔지니어'다. 이들도 기계나 장비 점검을 위해 라인 안에 들어갈 땐 방진복을 입는다. 제조직접 인력이나 설비 엔지니어 분야에는 고졸 인력이 많이 배치된다.

인력이 가장 부족한 분야는 반도체 설계나 디자인을 담당하는 연구직이다. 숫자로는 학사 출신이 제일 많지만 석·박사급 인력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연구직 중에서도 곧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지만 인력 확보는 '하늘의 별따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분야가 인력 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있다"고 토로한 것도 연구직 확보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이승백 상무는 "반도체가 어려운 분야다 보니 대학에서 전공하는 학생의 숫자가 많지 않아 공급되는 인력 수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력이 한국이 가장 앞선 분야라 외국 인력을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반도체 분야의 일손 부족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20조원 가량을, SK하이닉스는 9조6000억원을 반도체 공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단위:%, 지난해말 기준)

-D램

1위

삼성전자

48.0

2위

SK하이닉스

25.2

3위

마이크론

19.2

4위

기타

8

-낸드

1위

삼성전자

35.4

2위

도시바

19.6

3위

웨스턴디지털

15.4

4위

마이크론

11.9

5위

SK하이닉스

10.1

6위

인텔

6.7

7위

기타

0.9

자료:I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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