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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이어진 예비군 안보교육 누가 하나 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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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안보 교육은 한 해 평균 190만명의 예비군이 참여하는 예비군 훈련의 필수 과목이다. 주로 군 장성 출신이나 탈북자인 강사가 50분간 강의한다.

5년 전 민주당 "정치적 편향성 도 넘었다" #각종 논란에도 예산 한 푼 안깎이고 지속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수단체에 안보교육 외주

예비군 안보교육 담당이 보수단체에 일임된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다. 이전까지는 국방부 표준 교안을 바탕으로 해당 예비군 부대 지휘관이 직접 실시했다. 현직 군인과 달리 외부 강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강의를 했다.

첫해 수도권 6개 사단에만 시범 실시했던 외부 강사 교육은 2011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안보교육 횟수도 첫해 1774회에서 지난해 6555회로 3.7배 늘었다. 예산 역시 같은 기간 2억6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4.6배로 늘었다.

외주를 받은 단체는 모두 이념적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되는 곳들이다. 2011년부터 ‘일반훈련 안보교육’은 군 장성 출신 모임인 성우회 산하의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이, 2012년엔 박승춘 당시 국가보훈처장과 관련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가 ‘동원훈련 안보교육’을 맡았다.

국발협은 반독재 민주화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의 DVD를 관공서에 대량 배포하는 등 정치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이때문에 국회는 2013년도 국방 예산안에서 동원훈련 안보교육 예산(2억38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후 동원훈련의 안보교육은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맡고 있다.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이 담당하는 일반훈련 안보교육 예산(매년 12억원 가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예비군 일반훈련 안보교육은 2014년부터 조달청과 강의 계약을 체결한 나라사랑운동본부 일부를 (12%)를 나눠서 맡고 있다. 나라사랑운동본부는 박근혜 정부 때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안보교육 자료를 만들고 ‘범국민 나라 사랑 정신 및 보훈의식 함양’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 6500만원을 받은 보수단체다.

성우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는 매년 조달청과 정당하게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정치적 편향 논란 역시 일부 개인의 일탈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방부 표준 교안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사실 확인 결과 장성출신 안보강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오로지 국가안보와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마음가짐으로 교육을 해왔다"고 밝혔다.

예비군 훈련 모습. [중앙포토]

예비군 훈련 모습. [중앙포토]

안보교육이 보수단체에 일임된 계기와 과정은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2011년 국회에서는 국발협과 성우안보전략연구원의 정치적 편향성과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오히려 안보교육 외주를 확대했다.

2012년 예비군 안보교육에서 국발협 소속의 모 강사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을 종북ㆍ악마 등에 비유해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예비군 안보교육 위탁사업을 독점적으로 맡겨 놓은 결과가 강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를 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데 있다”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당시 야당의 반발로 국발협의 동원훈련 안보교육 독점은 없어졌지만, 몸통인 일반훈련 안보교육 독점은 성우회에게 그대로 남았다. 국회도 성우회를 건드리지 못하면서 군 예비군 교육은 성우안보전략연구원 소속 강사들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강사들이 어떤 내용으로 강의하는지는 전혀 통제가 안되고 외부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시민단체 소속인 예비군 김대영(26)씨는 국방부에 “최근 3년간 예비군 대상 안보강연 예산 중 초빙강사 강연료로 집행된 예산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해당 없음”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국방부에 “강연료가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문의했고, 국방부는 “안보교육 강사는 있지만 초빙강사는 없다”면서 강연료 예산이 얼마인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의 예비군 동대로부터 “기자냐? 자료를 어디에다 쓰려는지 상부에서 물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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