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군대 내 갑질 근절” 다른 부처 실태 전수조사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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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병 갑질’에 대해 국방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정운천 최고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박종근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병 갑질’에 대해 국방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정운천 최고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박종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사병·과외병 등 모욕적인 명칭 #우리 청년들이 듣는 일 없어야” #의경을 운전기사로 쓴 경찰도 거론

문 대통령은 이날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후 주재한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등 이런 모욕적인 명칭을 들으며 개인 사병(私兵)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경찰 등 전 부처를 대상으로 갑질 문화를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국방부가 시행하는 전수조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며 “비단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우선 해외공관을 포함해 공관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내의 갑질 문화를 또 다른 사례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 고위간부들이 의경을 운전기사로 부리는 등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차제에 군과 공직사회의 갑질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를 긴급 소집해 장병 인권 개선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불거진 장병 인권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송 장관은 회의에서 공관병뿐만 아니라 편의·복지시설 관리병을 포함한 비전투 분야의 병력 운용 실태를 파악해 인권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갑질 지휘관은 진급에서 배제한다는 인사원칙을 분명히 했다.(중앙일보 8월 7일자 10면) 새 인사원칙 따라 앞으로 장병을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업무와 상관없는 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진 군 지휘관은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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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군의 공관병뿐만 아니라 PX(국방마트) 관리병, 휴양소 관리병 등 복지지원병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군 간부가 복지지원병을 실제 편제나 직위와는 상관없이 군 간부의 취미생활을 돕거나 개인적인 일에 동원하는 비공식 사병(私兵)으로 부리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송 장관은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직후 “군복을 입은 현역 장병은 일선 전투부대에 있어야 하며 나머지 업무는 민간 인력에 맡겨야 한다”는 지론을 밝힌 적이 있다.

현재 전군의 공관병은 150여 명 안팎이며, 육군이 1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국방부가 밝힌 복지지원병은 600명이 넘는다. 시설관리병과 조리병 등까지 포함하면 인원은 1140여 명이다.

이철재·허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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