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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에너지 기술이 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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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1970년대 에너지 시장은 격동의 연속이었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가 세계 경제를 덮쳤다. 특히, 글로벌 석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피크-오일(Peak Oil)’ 이론이 힘을 얻으면서 석유 고갈에 대한 공포도 커졌다.

하지만, 모두가 수요공급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사이, 석유 자원의 유한함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하는 이가 등장한다. 사우디의 석유장관 야마니였다. 그는 “돌멩이가 부족해서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수요공급 대신 기술변화에 주목하라고 일갈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가스와 원자력이 석유와 석탄을 대체하고, 최근 들어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면 석유는 에너지 시장의 ‘왕좌’를 전기에 넘겨주고 석유화학 원료의 역할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발전분야에서는 CO2와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가스가 석탄 화력을 대체하는 친환경 발전 연료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 따른 가스공급 위기나 일본의 원전 가동중단에 따른 가스 수요 폭증이 가스 안정 공급에 대한 우려를 키운 바 있다.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각국의 미래 대비도 구체적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이고, 석탄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도 CIS, 아프리카를 가리지 않고 해외가스전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모잠비크에서 대규모 해상가스전 개발에 적극적이다. 가스공사와 이탈리아 ENI 등이 투자하고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함께 금융지원에 나선 ‘코랄(Coral) 프로젝트’는 매년 3백만t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게 될 매머드 프로젝트다.

과거, 해외자원개발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자원빈국 한국에게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사활’이 달린 과제다. 자원 가격 하락기에 장기적인 역발상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고 에너지 신기술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결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수출 산업의 가능성도 모색해야 할 때다.

에너지 확보와 신기술 개발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전력 사정이 나아지면서, 김장독과 연탄 대신 김치냉장고와 도시가스가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앞선 세대가 에너지 기술과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했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와 위험 감수가 필요한 에너지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금융의 꾸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너지 확보와 신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무역보험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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