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 이젠 브랜드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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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인은 (자동차에)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다만…."

르노삼성자동차의 제롬 스톨(左) 사장은 16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덕담과 함께 따끔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라고 하지만 넘을 산이 많다는 것이다. 독일 BMW그룹의 헬무트 판케(右) 회장도 17일 "규모와 품질은 별개"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두 명은 한국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잇따라 밝혔다.

◆ 해결할 숙제 많아=판케 BMW 회장은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해 "외형이 세계 5위라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고유 브랜드를 정립해야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에서 열린 올해 BMW 아시아 전략 발표회에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스톨 사장은 한국을 떠나면서 세 가지를 지적했다. ▶여전히 폐쇄적인 국내시장을 글로벌 경쟁이 활발해지도록 바꾸고 ▶불안정한 환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협력업체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5년 반 동안 르노삼성차 CEO로 일한 그는 "지난 몇 달간 한국산 차는 환율이 급락해 일본보다 수출경쟁력이 15~20%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협력업체들이 완성차업체 한 곳만 거래하지 말고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은 유망한 파트너=소비시장이나 사업 파트너로서 한국에 거는 기대는 컸다. 판케 회장은 "BMW 생산 과정에 한국 기업들이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MW 그룹은 세계적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9.9% 많은 132만8000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아시아 지역(11만1571대)에선 16.9%가 늘었다. 아시아 지역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한국을 중요한 협력 상대로 여긴다. BMW는 5월 독일 본사에서 BMW에 납품하길 원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의 전시회인 '코리아 이노베이션 데이'를 개최한다.

그는 "내비게이션.엔터테인먼트.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같은 첨단 장비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의 기술력도 높이 평가했다. 르노 그룹도 올해 SM3 3만 대를 닛산 브랜드로 수출하는 등 한국을 아시아 수출 기지로 삼기 시작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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