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에서 부는 바람은 박성현(24)의 짧은 머리카락도 흔들었다. 박성현이 ‘골프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링크스(바닷가에 있는 골프장)를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달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은 3일 밤 세인트앤드루스 인근의 킹스반스 골프장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2연승을 노린다. 1라운드에선 이븐파를 기록했다. 퍼트가 33개로 많았다. 박성현은 “코스가 생소하긴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브리티시 오픈 출전, 메이저 2승 꿈 #“바람 많은 바닷가 링크스는 처음 #페어웨이 벙커, 추운 날씨가 걱정 #다행히 캐디가 바람길 훤히 알아 #US오픈 18번 홀 칩샷 아직도 신기”
- 메이저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나.
- “중요한 대회지만 괜히 부담만 더 커질 수 있어 평소와 똑같이 한다. 지난 달 우승한 US오픈 때도 평소와 똑같이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일찍(전 주 토요일) 현지에 도착했다. 미국과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대회에 나가지 않아서 여유가 있었다.”
- 지난 주 스코티시 오픈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 “추운 날씨에 라운드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이번 주에도 날씨가 춥다기에 옷을 충분히 가져오기는 했다. 내복은 가져오지 않았지만 외투와 손난로·핫팩 등을 준비했다. 귀마개는 하지 않는다. 귀마개를 하면 샷이 잘 안 된다. 평형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바닷가가 아니라 내륙에서 열렸는데.
- “올해 대회 코스는 지난해와 너무 달라 무척 당황했다. 바닷가 링크스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은 TV에서만 봤다. 실제 쳐보니까 생소했다. 그래서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36홀에서 연습 라운드를 했다. 조금 익숙해졌다.”
-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아일랜드 출신이어서 바람을 잘 알 것 같다.
- “캐디를 시작하면서 처음 골프백을 멨던 코스가 바로 여기라고 한다. 이 코스를 아주 잘 안다. 도움이 될 것 같다.”
- US오픈 때 캐디와 호흡이 잘 맞았는데.
- “워낙 재미있는 분이다. 농담도 잘하고, 진지할 때와 편하게 해 줄 때를 잘 안다.”
- LPGA투어에 진출하면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던 콜린 칸은 실수가 없는 베테랑 캐디였는데.
- “콜린은 나와는 스타일이 조금 달랐다. 나는 실패할 확률이 있어도 도전하는 편인데 그는 조금만 위험해도 돌아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일을 못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
- 이 코스에선 장타자가 유리할 것 같은데.
- “그렇게 보인다. 파 5홀도 그렇고, 전장이 생각보다 길다. 그린이 튈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낫다. 그린이 엄청 크고 경사가 심하다. 벙커는 어렵다. 페어웨이 벙커에 공이 빠지면 레이업을 해야할 때가 많다.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하다.”
- 승부처는 어디인가.
- “16~18번 홀이다. 16번 홀에는 페어웨이 벙커가 많아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 계획을 다시 짰다. 17번 홀도 두 번째 샷으로 공략하기가 쉽지 않더라. 바람이 많이 불 때는 특히 마지막 3개 홀 스코어가 중요하다.”
- 지금까지 경기하면서 가장 날씨가 안좋았던 때는 언제였나.
- “올해 5월 텍사스 슛아웃 최종 라운드였다. 성적도 가장 안 좋았다(최종 라운드 3오버파 74타, 최종합계 이븐파 4위). 한국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 세계랭킹 1위를 지냈거나 현재 세계 1위인 박인비·안니카 소렌스탐·유소연이 첫 우승한 LPGA 대회가 US여자오픈인데.
- “몰랐다. 세 선수의 뒤를 따르다니 영광이다. 미국에 진출하면서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금 랭킹 4위다.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달라진 점은.
- “올해 US오픈 우승이 어렵다고 봤는데 우승하면서 전환점이 됐다. 1, 2라운드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3라운드에서 몰아치기를 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마지막 홀 어프로치샷을 앞두고는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연습할 때도 실수가 많이 나왔던 샷이다. 부담감이 많았지만 실제로 샷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직도 신기하다.”
- 가장 중요한 순간 평소보다 더 잘 하는 것이 큰 선수들의 특징 아닌가.
- “그랬으면 좋겠다.”
- US오픈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났는데.
- “직접 보지는 못하고 박수치는 것만 봤다. 신기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을 만나 뵙지 못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창가에서 나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셔서 영광스럽고 신기했다.”
킹스반스=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