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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8월 위기설’ … 미 핵항모 2척 한반도 동시 파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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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미 군 당국이 이달 중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군 소식통이 2일 전했다.

북 6차 핵실험 조짐, 5월에도 파견 #전투비행대도 곧 넉 달간 순환배치 #“미, ICBM 도발을 더 심각하게 인식” #국방부 “이달 중순께 사드 임시배치” #청와대는 성주 주민 직접 설득 나서

군 소식통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이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억제하는 무력시위 차원에서 21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항모 2척을 전개하는 방안을 미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시 항모 2척이 동시 전개되는 것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UFG는 매년 가을 한국 정부와 한·미 군 당국이 참여하는 민·관·군 훈련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됐던 지난 5월 31일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칼빈슨함(CVN 70)과 로널드 레이건(CVN 76)함이 만나 합동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미 해군은 올해 니미츠(CVN 68)·칼빈슨·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모 3척을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하는 전력으로 지정했다. 현재 니미츠함은 페르시아만에 배치됐고, 로널드 레이건함은 호주에서 호주 해군과 연합훈련을 마치고 북상 중이다. 올해 한국을 두 차례 찾은 칼빈슨함은 모항인 미 샌디에이고에 계류 중이다. 현재로선 니미츠함과 로널드 레이건함의 전개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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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길이 333m, 배수량 10만2000t의 대형 항모다. 축구장 3개 넓이인 1800㎡의 갑판에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닌다. 중소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규모라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이런 항모 2척이 모이면 이지스 순양·구축함 10척 이상, 핵추진 잠수함 3척 이상과 동행하면서 전투기 160대 이상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00발 이상의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미 태평양사령부는 위스콘신 주방위 공군 소속 176전투비행대가 곧 한국에서 4개월간 순환근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비행대는 지상군에 대한 화력 지원(CAS) 전문이다. 미 공군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B-52H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전단폭탄 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전단폭탄 내부엔 6만 장의 심리전용 전단이 들어간다. 당시 북한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6~7일, 현지시간) 전후와 20일 등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려 했지만 중국의 만류로 무산됐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의 원인인 핵실험보다 8월 위기설을 불러 온 ICBM에 대해 미국이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핵실험은 미국엔 불구경일 수 있지만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 4월 위기설과 같이 8월 위기설은 미약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신 전 차장도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려면 먼저 한반도에 상당한 전력을 가져다 놓는데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혜훈 대표, 국방부서 사드 보고 받아=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2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8월 중순께 이뤄질 수 있다는 보고를 (국방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기존에 배치한 레이더 1대와 발사대 2기 외에 추가 발사대 4기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뒤 배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직후 임시 배치로 선회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사회혁신수석실 소속 행정관 2명을 사드 배치 장소인 경북 성주에 보내 반대하는 주민들을 직접 설득에 나섰다. 주무 부서인 국방부에만 맡기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갈등 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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