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 '쿠데타' … 임원 4명이 사장 등 퇴진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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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본항공(JAL)의 쿠데타는 성공할 것인가-.

일본항공 임원 4명이 10일 사장과 부사장, 전무 등 경영 수뇌부 3명의 퇴진을 공식 요구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본항공은 항로를 이탈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일 국토교통성은 지난 15일 일본항공 경영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일 정부는 원칙적으로 민간회사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같은 입장을 굳힌 것은 일본항공의 경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직원들이 동요해 항공기의 안전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일본항공에서 내부 쿠데타가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신뢰 실추 때문이다. 일본항공에선 2004년부터 항공기 부품에 하자가 발견되고 항공기 수리 실수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사업개선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항공은 지난해 11월 '경영 재건책'을 발표하며 국제선의 감축과 전 종업원의 임금삭감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태는 이것으로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해말 이후에도 고치(高知)공항에서 항공기 바퀴가 빠져나가는 등 사고가 빈발했고 급기야는 고객 이탈 현상이 가속화됐다.

조직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신마치 도시유키(新町敏行.63)사장은 "경영 재건을 해내는 것이 내 임무"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고객이탈에다 유가 상승이라는 더블 펀치를 맞으며 일본항공의 방만한 경영은 궁지에 몰렸다. 다음달에 있을 2005년도 결산에선 470억엔의 대폭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전일본공수(ANA)가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다 일본항공 내부의 구조적 결함도 한몫했다. 일본항공 내에는 노동조합이 9개나 분산돼 있다. 그러다보니 인원을 감축하려 해도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고 대립도 치열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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