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레저] 쉿 시간이 잠자고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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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달력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여행의 설렘으로 아침을 기다리며 눈을 감을 때다. 일주일의 휴가. 누구는 끝없는 사막을 건너 자신을 만나고 싶다 하고, 누구는 질주하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다 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휴식을 원하는 여성에게든, 모험을 갈구하는 남성에게든 욕심 없이 하루 종일 햇살에 일렁이다 당신이 꿈꾸는 빛대로 바다와 하늘을 내주는 곳, 몰디브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 그녀, 휴식에 빠지다

깨어나는 게 지독히 싫다. 겨우 숨어든 토굴에 낯선 빛이 얼굴을 간질인다. 핏발 선 눈을 비빈다. 빛을 따라 제멋대로 눈동자가 움직인다. 동공에 푸른 물이 출렁인다. 한국보다 3시간 느린 곳, 다행히 늦잠은 아니다.

백사장은 언제나 섭씨 29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에 시간이 맞춰져 있는 적도의 나라답게 뜨겁다. 몸이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진다. 그러나 짙은 야자수 그늘 때문인지 민트향 같은 바다 때문인지 후끈함도 잠시,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꼬깃꼬깃 쥐고 있던 일상의 끈을 놓아 버린다. 일광욕을 하며 뒹굴어도, 책을 읽다 잠들어도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는 소망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낮잠을 깨운 건 타다닥거리는 기계음. 이웃 섬으로 소풍을 다녀오는 신혼부부들을 태운 수상 비행기다. 바다에서 뜨고 내리는 모습이 신기해 연방 셔터를 누른다. 언젠가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하늘에서 찍은 산호섬을 본 적이 있다. 일명 몰디브의 눈. 새하얀 산호초가 둥글게 해면에 솟아 있고 그 가운데는 얕은 호수를 이뤄 정말 푸른 눈동자가 바다에 박힌 듯했다. 저들도 그 눈을 봤을까?

비행기가 꼬리를 감춘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다. 쓰나미로부터 몰디브를 구했다는 산호초 벽의 위력이 실감난다. 수십 개의 섬이 반지 모양으로 늘어선 산호초 군도가 무려 26개에 이르는 이곳엔 다시 눈부신 평화가 넘친다. 그물망처럼 옭아맸던 시간으로부터의 해방, 그 생각조차 투명한 파도가 삼킨다.

*** 그, 놀이에 빠지다

잠에서 깼다. 이른 새벽. 12시간의 비행 동안 잠만 잔 탓이다. 매일 오전 6시 해가 떠 오후 6시 해가 지는 나라.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건 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일까, 늘어나는 것일까. 카약.세일링.윈드서핑 등 레포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이곳의 프로그램이 흡족하다.

스쿠버다이빙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강습에만 5일이 걸린다. 장기 체류가 아니고선 곤란하다. 하지만 바다 속 체험은 스노클링으로도 충분하다. 내친김에 산호초 지대로 보트 여행을 나갈 참이다. 물고기 떼 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움찔 물러섰다 하기를 반복한다. "치즈~"를 외치며 수중 카메라로 겁 없이 꼬리 치는 녀석들을 찍는다.

돌아오는 길, 날치가 바람을 업고 날아오른다. 검붉은 석양이 원시의 감각을 자극한다. 리조트엔 어느새 새하얗게 꾸며진 식탁에 하얀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매일 밤 바뀌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멋을 부리는 유럽인의 낭만에 슬쩍 끼고 싶다. 혀끝의 향수를 달래 주는 김치를 비롯해 200가지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요리만큼이나 다양한 인종이 넘치는 이곳. GO(Gentle Organizer, 레저 도우미)의 공연은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그리고 디스코파티. 한 박자 느린 그에게 금발 미녀가 윙크를 보내 온다. 작은 일탈이 즐겁다. 내일은 바람을 가르며 세일링을 즐겨볼까.

카니(몰디브) 글.사진 = 이은희 기자

*** 여행정보

몰디브까지 직항 항공편은 없다. 싱가포르나 일본을 경유해야 한다. 인천~도쿄 2시간, 도쿄~몰디브 10시간이 걸린다. 도쿄 체류는 한 시간 내외. 싱가포르에서 갈아탈 경우 총 비행시간은 10시간가량. 그러나 6시간을 싱가포르에 머물러야 한다. 5박6일(기내 1박, 목·일요일 출발)의 클럽메드 허니문 상품은 숙소에 따라 1인당 209만~305만원. 몰디브 현지인의 삶에 한층 다가설 수 있는 관광도 곁들일 수 있다. 문의 클럽메드 (www.clubmed.co.kr), 02-34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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