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폭력을 보는 각계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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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전주·군산 유세장의 폭력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같은 선거 폭력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며, 투·개표과정을 감시하고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의 발동을 긴급 동의했다. 16년만에 실시되는 대통령 직접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지역감정 촉발, 조직 폭력 사태 가 잇따르자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국민적 자부심에 앞서「이래서야선거가되겠느냐」는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나반대를 표아닌 폭력으로 표출하려는 유세장 폭력사태에 각계인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투·개표를 있게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투표권행사는 냉정해야>
▲김은호변호사 (전대한변협회장)=최근의 잇단 폭력사태를 보니 우리가 정말 민주주의를할 수 있는 민족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서글픈 마음이 든다.
후보자·유권자·경찰·선관위등이 다함께 반성해야 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국민들은 16년만의대통령 직선제에서 냉정한 마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선거후의 승복은 공명선거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정부·여당은 책임을 지고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폭력은 군사정권 구실줘>
▲고흥문씨 (전국회부의장)=이번 대통령선거는 6·29 정신에따라 어떤 경우에라도 공명히이뤄져야하며 공명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선거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해 유세가 중단되는 사태가 계속 빚어지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로 나타내지 않고 폭력으로 한다면 결국 군사정권에 구실을 주는 것 아닌가.
선거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할 것이다.


▲현석호씨 (전국방장관)=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선거에 폭력이나 부정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선거가 l6년만에 국민의 숙원대로 이뤄진 것인만큼 우리는 여야의 입장을 떠나 어떻게 해서든지 결실을 맺도록 해야한다.
뜻하지않은 폭력사태로 유세가 중단되고 나아가 투·개표과정에서 또다른 폭력이 발생해선거자체가 중단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이 될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어떻게 하든 선거를 있게하자.

<과격행동은 정당화 안돼>
▲전대연씨(서울 YMCA총무)=모두가 애국을 생각해야할 때다.
이번 사태를 보고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고싶었다. 정말 걱정이다.
국민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선거를 있게 해야하고, 그러기 의해서는 극한 상황은 피해야 한다. 과격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뭐라고 호소해야할지 모르겠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성숙된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자.

<민주주의와 폭력 안맞아>
▲이선기씨 (무협부회강)=지금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가 아닌가.민주주의를 하자고 외치면서 유세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특정후보가 싫으면 투표에서 찍지 않으면 그만이고, 특정후보의 말이 듣기 싫으면 유세장에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세계각국의 눈이 우리에게 쏠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작태를 하루빨리 청산해야겠다.

<정치인들의 맹성 필요>
△유현종씨(작가)=너무 오랫동안 막혀있던 욕구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것 같다. 그러나 폭력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테러 행위다. 그것은 민주화를 짓밟는 짓이다. 그런 식으로 해결하려면 대통령선거는 뭣하러 하는가. 정치인들의 맹성이 필요하다. 자극하지 말고 포용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민주화의 발전이냐, 퇴보냐의 중대한 고비에 서있기 때문이다.

<평화적 방법으로 선거를>
▲최대권교수(서울대·공법)=이번 선거는 전체적으로 과열되고, 사회전체가 선거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특히 전주유세 중단사태는 충격적이다.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선택을 표로 나타내는 것이지 돌맹이와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은 그 목적이 아무리 옳다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수단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번 선거를치러야 할 것이다.

<폭력은 좋은 목표 못이뤄>
▲나종일교수 (경희대·정치학)=폭력자체도 나쁘지만 폭력때문에 다른 폭력을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단순한 폭력이 아니고 조직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런 일이다.
정치사를 보면 폭력을 사용해 좋은 목표를 이룬 예가 없다. 폭력을 자행한 이들이 폭력때문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목표를 스스로 좌절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게 아닌지. 국민들이 모두 잘 깨달아야겠다.

<감정에 얽매일 때 아니다>
▲김동익목사 (서울 새문안교회)=지금 우리는 민주화를 향한 역사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는 과거에 대한 어떤 분노나 지역감정에 얽매일 수 없다. 지금은 우리가 함께 해야할 책임이 무엇이냐를 찾아야할 때다. 당면과제는 민주화다. 내 주장과 다를지라도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민주정신이다. 내 주장이 아니면 폭력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민주가 아니다. 민주사회는 내가 주장할 권리가 있는 반면 남이 주장할 권리도 인정하는 것이다. 유세과정에서의 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근로자들 혼란 원치 않아>
▲최영순씨 (24·중원전자디자인실근무)=폭력은 그 명분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정당화될수없다.
폭력의 동기가 「지방색」에 기인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후보의 능력이나 사람됨됨이는 젖혀놓고 출신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돌을 던진다면 남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은 결코 혼란을 원치 않는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선거는 치러져야한다.

<민주화 중단될까 두렵다>
▲남궁석씨 (현대전자전무) =후보가 유세마저 제대로 할수 없게된 이번 사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태를 이유로 민주화로가는 길이 중단될까 두렵다. 이번을 계기로 각 후보들은 공명선거가 이루어지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물리적 방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유권자들에게 정당한 한표를 행사하도록 후보들이 나서서 호소해야할 것이다.

<군정연장 자초할 우려>
▲이재신씨 (40·영등포시장 의류상)=유세방해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심지어 화염병과 사제폭약까지 등장했다니 놀라움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런 방법으로 「독재타도」 와「군정종식 을 외친다면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커넝 스스로군정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자초하게될 것이다. 이러다가 선거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할 상황이 오지않을까 염려된다.

<표로 나타내야 참된 바람>
▲조혜란씨 (35·주부·서울도곡동)=후보에 대한 폭력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조차 부인하는 행동이다. 16년만에 직접 뽑는 대통령선거를 폭력때문에 치르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다. 온 국민은 계속되는 유세장의 폭력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응어리진 가슴은 폭력보다 표로 나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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