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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 '사건 은폐' 의혹 제기 …제주지검 "모두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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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환 제주지검장. [중앙포토]

이석환 제주지검장. [중앙포토]

제주지방검찰청(검사장 이석환) 소속 A검사가 제기한 ‘지검 수뇌부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제주지검이 “사실과 다르다”며 28일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제주지검 형사부 소속 A검사가 전날 검찰청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내가 맡은 사건을 제주지검장과 차장 검사, 부장검사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 같다”며 올린 글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제주지검 "A검사 의혹 제기는 오해" #"수뇌부 조직적 사건 은폐 없어" #A검사 "피의자·지검장은 연수원 동기" #27일 은폐 의혹 등 5대 의문점 제기

A검사는 전날 올린 글에서 “제 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이 사법연수원 21기로 제주지검장과 동기이며 피의자가 설립한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있다. 이런 경우일수록 검찰이 전관예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명하게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피의자의 변호인은 최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김인원(55ㆍ사법연수원 21기)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다.

앞서 A검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가 법원에 접수됐다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회수됐다”며 수뇌부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검과 제주지검은 “해프닝”이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이에 A검사가 27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영장 회수 사건은 수뇌부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의혹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5가지 의문점을 제기한 것이다.

제주지검과 A검사의 엇갈린 주장을 비교하기에 앞서 사건의 전말을 다시 정리해봤다.

A검사가 맡은 사건에 무슨 일이…

 A검사는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사건을 조사 중에 있었다. 지난달 12일 이 피의자의 카카오톡, 이메일 계정 2개, 휴대전화 2개의 문자 송수신 내역에 대한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작성했다. 이튿날 직속 부장이 이를 결재했고 그 다음날인 14일 차장검사가 최종 결재하면서 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15일 아침 A검사는 부장으로부터 “검사장님께서 카톡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하신다. 검사장님실에서 기록 반환 올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A검사는 자신이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 접수되기 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장청구서가 15일 법원에 접수됐다가 회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초지종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검사는 부장과 부부장으로부터 “(영장청구서가) 전산 상으로만 접수됐고 기록은 접수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던 A검사는 15일 오후 부장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돌려 받으면서 “다음날(16일) 기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 시점엔 피의자에 대한 조사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게 A검사의 설명이다.

이날 밤 A검사는 검찰청 내 공익제보 수신처에 이메일을 보내 ▶간부들이 일반적 지휘 권한을 이용해 직권남용을 한 것은 아닌지 ▶청내 감찰 전담 검사가 비정상적 업무 처리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대검 등에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닌지를 알렸다.

A검사가 제기한 의혹은 5가지다. 제주지검의 해명을 각각의 의혹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영장서류 접수 사실 조직적 은폐

[A검사] 영장 원본과 부본은 제가 감찰을 청구한 지 2시간 만에 저에게 반환됐다.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 왜 기록을 반환할 때 같이 돌려주시지 않고 18시간 동안 누가, 왜, 따로, 어디에 보관했는지 잘 모르겠다.
[제주지검] 기본적으로 본 사건은 차장검사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한 상태에서 직원에게 이 의사가 전달되지 않아 법원에 실수로 접수된 사안이다. 영장 기록을 되찾아 온 후 차장검사가 곧바로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주임검사, 부장검사, 검사장에게 위와 같이 착오 접수가 있었는데 되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이다.  
[A검사] 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한 첫 날 부장님은 누구로부터 어떤 사실관계를 확인하시고 저에게 “서류는 접수되지 않았고 전산만 접수되었다”고 말씀하셨는지, 즉 왜 서류가 접수된 사실을 감추려고 하셨는지, 전산 접수된 사실은 어떻게 아셨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제주지검]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오후 차장검사실에서 부장검사회의 중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청구서에 대한 검사장의 재검토 지시전화를 듣고 다음 날(15일) 오전 A검사에게 결재반려 사실을 고지했다. 또 부장검사는 차장검사로부터 착오 접수된 영장기록을 되찾아온 사실이 있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장청구서가 단순히 반려된 것으로만 알았다. 기록이 법원에 접수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상 상으로만 접수되었다가 취소된 게 아닌가”라는 추측성 설명을 한 것이다.

2 수사 종결 지시… '다음날' 바로 처리하라?  

[A검사] 기록 자체가 1000페이지가 넘어 하루만에 처리할 수 없었으며 피의자에 대한 약사법 위반 추가 인지를 위해 보낸 공문이 계속 수신되고 있었다. 익일 바로 종결해서는 안되는 기록이었다. 간부님은 법원에서 회수된 기록을 24시간 가까이 보시고서 저에게 ’다음날 바로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추가 자료 수집 등 수사 없이 종결하도록 지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지검] A검사가 3개월 도래 예정임을 언급하며 기록을 빨리 반환해 달라고 했다. 부장검사는 A검사가 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영장재청구 필요성과 범죄사실 구성 등에 대해 반려된 기록을 검토하여 바로 기소해도 되겠다고 판단해 그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다. 또 A검사의 신속한 사건처리를 돕고자 공소사실 초안을 작성해 송부한 것이다. 부당한 수사종결 지시는 아니었다

3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직무이전) 지시?

[A검사] 검찰청법상 기록 재배당(직무 이전 지시)은 검사장님 결정 사안이다. 저에게 5시간만에 기록을 처리하지 못할 거면 부장실로 넘기라고 하신 것이 부장님의 독자적인 결정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제주지검] 지난달 16일 대검으로부터 이 사건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차장검사가 부장검사에게 이 사건 수사경과 정리를 지시했다. 이에 부장검사는 감찰 경위서 작성을 위해 A검사에게 “오늘 사건 처분이 되지 않으면 기록을 우리방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기록을 잠시 보내달라고 한 것이지 사건을 넘기라거나 재배당·직무이전 지시를 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A검사는 감찰 요구 사실을 알리면서 기록을 보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2시간 정도 기록을 본 후 반환하겠다”고 재차 말했지만 이를 A검사가 다시 거부한 것 뿐이다.

4 감찰 사건의 광주고등검찰청 이첩 지시?

[A검사] 대검찰청 특별감찰단은 운영에 관한 지침상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 고등검찰청으로 하여금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문무일 총장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엄정 조치하겠다”는 말씀을 했을 정도의 사안인데 누가, 왜 경미한 것으로 판단했는지 궁금하다.  

이 의혹은 대검찰청 답변 사항이어서 제주지검이 이날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선 앞서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가 “광주고검(제주지검 관할)에서 1차 사실관계를 정리했고, 현재 그 자료를 대검이 넘겨 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건처리에 대해 지휘부와 평검사의 생각 차가 있는 것 같다”며 "누가 잘못했고 책임을 지워야 할지 등은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5 최초 배당 과정에서의 배당원칙 위반

[A검사] 한 검사가 같은 피의자에 대한 사건을 수사 중일 경우 동일한 피의자에 대한 새로운 사건은 같은 검사에게 배당한다. 제가 위 피의자에 대한 별건 사기 사건을 지난해 8월 배당받았는데, 10월 송치된 기록은 다른 검사님에게 배당됐다. 어떤 경위로 원칙에 반해 나중에 송치된 사건이 다른 검사님에게 배당됐는지 모르겠다.
[제주지검] 최초 배당 시에 관련 사건 수사중인 것을 확인하지 못하여 다른 검사에게 배당됐다.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본 사건이 다시 이송됐을 때는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A검사에게 배당했다.

제주지검의 해명을 종합하면 "A검사의 의혹 제기는 모두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제주지검은 전관예우에 따른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사안으로 조직적 은폐, 수사 무마 등의 의혹 제기는 말이 안 된다. 변호사가 이 지검장이나 김 차장검사와 통화조차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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