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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앞에 담뱃갑이 세워져 있다면?…휴대전화로 현관 비밀번호 촬영해 여성 혼자 사는 원룸 침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오후 7시 25분 부산 북구 한 원룸에 사는 A(여·28)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관 초인종이 두 번 울려 대답을 하지 않자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밀번호가 맞을 때 나는 ‘삐리리’ 소리와 함께 낯선 남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놀란 A씨가 비명을 지르자 남성은 곧바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원룸 입구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같은 원룸에 살고 있는 양씨(38)를 지난 20일 주거침입죄로 붙잡았다.

원룸 주거침입 피의자 양씨가 피해자 집 현관 비밀번호를 몰래 촬영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숨기는 목적으로 계단에 붙여둔 담뱃값. 이 담뱃값 뒤에 동영상 줌인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테이프로 고정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원룸 주거침입 피의자 양씨가 피해자 집 현관 비밀번호를 몰래 촬영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숨기는 목적으로 계단에 붙여둔 담뱃값. 이 담뱃값 뒤에 동영상 줌인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테이프로 고정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28일 부산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양씨는 동영상 줌인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담뱃갑 뒤에 테이프로 붙이고 이를 A씨 집 현관이 보이는 계단에 고정하는 수법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양씨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여러 각도에서 A씨 집 현관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 경찰은 양씨가 급하게 도망가느라 미처 수거하지 못한 담뱃갑을 발견하고 지문을 채취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씨는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금품을 훔치기 위해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양씨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입주자들의 동선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양씨는 경찰 조사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그랬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북부경찰서. [부산경찰청 제공]

사건을 담당한 부산북부경찰서.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양씨를 주거침입죄로 불구속 입건하고 양씨가 A씨 집 외에 다른 집을 촬영했는지 다른 범죄를 저질렀는지 추가 조사하고 있다. 추가 범죄가 없으면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원룸에 사는 일부 입주민들은 최근 초인종 울리는 횟수가 늘었다며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사건 처리에 대해 "주거침입죄 피의자가 피해자와 같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경찰이 불구속 수사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인터넷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변에서 양씨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길 권했지만 양씨는 방이 없다며 현재로선 이사를 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양씨가 반드시 이사가야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양씨의 범행이 흔치 않은 수법이지만 절도를 저지르기 전 범죄행위를 멈췄기 때문에 불구속 인건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낯선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원룸에 혼자 산다면 도어록 버튼을 누를 때 손으로 가리고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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