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덥다고 에어컨 펑펑 틀었다간 실외기 화재 '시한 폭탄’ …화재 예방 요령 알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가 ‘시한폭탄’으로 둔갑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지난 28일 오전 2시 4분쯤 경기도 하남시의 20층짜리 아파트 5층 최모(39)씨 집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10여 분 만에 진화됐다. 370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8일 경기 하남시 아파트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 #70여 명 대피, 1명 연기 흡입, 3700여 만원 피해 #3년간 에어컨 화재 중 299건(63.3%) 실외기 발생 #에어컨 실외기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설치해야 #실외기 전기 배선의 피복 훼손 여부 점검해야 #불에 타지 않는 마감재로 건물 실내외 시공 필요

이 불로 아파트 주민 70여 명이 대피했으며, 1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집주인 최씨(39)는 “에어컨을 틀고 자고 있는데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지만 뜨거워 바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에어컨 실외기 전선에서 단락흔(끊어진 흔적)을 발견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지난 26일 오후 2시 27분경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지상 4층 한 근린생활시설 건물 1층에서도 가동 중이던 에어컨 실외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현장에 출동한 강동소방서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이 불로 에어컨 실외기가 불에 탔으며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22일 오후 6시 19분쯤에는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 아파트 23층에서도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가전 집기류 및 실외기 등 1000여 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아파트 거실에 사람이 있었지만 빨리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2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사진 하남소방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실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폭염 속에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에어컨 실외기 관련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과 관련, 소방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소방청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4∼2016년)간 접수된 에어컨 화재 472건 중 299건(63.3%)이 실외기에서 발생했다.실외기 화재 299건을 월별로 보면 153건(51.2%)이 7∼8월에 일어나 여름철에 집중됐다.
발화 요인이 확인 가능한 289건 중 194건(67.1%)은 실외기의 부적절한 설치 및 사용, 제품 노후화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실외기에서 발생한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인 탓에 불이 나기도 하고 배선 꺾임, 전선 갈라짐, 모터 과부하 등도 화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백동현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를 건물과 건물 사이의 습한곳에 설치할 경우 합선·누전 등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먼지나 이물질이 실외기 내부에 쌓이면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에 타지 않는 마감재로 건물 실내외를 시공할 경우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에어컨 실외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실외기를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설치하고, 벽체와 10cm 이상 떨어뜨려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외기 전기 배선의 피복 훼손 여부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화순소방서 현장대응단 박병채 소방교는 “에어컨 실외기가 통풍이 안 되는 장소나 실내에 설치돼 있는지 체크하고 내부 설치 시 반드시 환기가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합선 등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사용 전 실외기에 먼지가 쌓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실외기 팬이 정상작동하지 않거나 과도한 소음이 발생할 경우 수리를 받아야 한다”며 “에어컨 실외기는 화재 위험이 높은 만큼 주변에 잘 타는 물질을 두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남=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