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법원 최종판단에 주목… 소멸 시효 논란 최종길 교수 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최종길 교수 사건에 대한 서울고법의 배상 판결이 나온 뒤 소멸시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들'에 대해선 법적으로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행 민법상 불법행위를 안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또 예산회계법상 국가의 불법행위는 발생 후 5년 안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최 교수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며 국가범죄의 소멸시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박준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소멸시효 제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소멸시효 제도가 무시될 경우 향후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판결의 타당성 등을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서울고검이 상고할 경우 의문사 사건의 소멸시효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게 된다.

대법원은 민법상 신의성실(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 원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1996년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피해자 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나 원고에게 배상청구권이 없다"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최 교수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사망했고, 국가기관의 조직적 은폐.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청교육대 사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상진 변호사는 "판사가 법 규정에 매달리지 않고 헌법상 인권보호 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가범죄는 소멸시효를 신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