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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AI 미래 낙관 … 인간은 마음과 마음 연결하는 일 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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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늦어서 고마워』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화는 #세계 초연결·상호의존 상태로 이동 #작은 일도 지구촌 모든 곳에 영향 #일자리 문제는 #어떤 직업이 생길지 예측 불가능 #노동자 평생교육 할 수 있게 해야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근면·혁신·법치 중시 문화 #세상이 어디로 가든 문제 없을 것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평생 한번 받기도 힘든 퓰리처상을 세번 받았다. 그의 또다른 직업은 ‘설명가(說明家, explainer)’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계화의 본질을 저술 작업으로 일반인들과 엘리트에게 설명한다. 그가 쓴 『세계는 평평하다』(2005), 『렉서스와 올리브나무』(2000) 같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는 우리나라에서도 탄탄한 독자층·지지자를 확보했다.

이번에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가 우리말로 번역됐다. ‘늦어서 고마워’는 약속에 늦은 사람 덕분에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는 뜻으로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얼음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에 ‘물이 된다’고 대답하면 수직적 사고, ‘봄이 된다’고 하면 수평적 사고다. e메일 인터뷰를 해보니 프리드먼은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다음이 인터뷰 요지.

토머스 프리드먼은 1983·1988·200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의 칼럼과 저술은 ‘환상 없는 이상주의’를 표방한다. 이상 추구를 위해 이상·감정보다는 현실·실용을 중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사진 21세기북스]

토머스 프리드먼은 1983·1988·200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의 칼럼과 저술은 ‘환상 없는 이상주의’를 표방한다. 이상 추구를 위해 이상·감정보다는 현실·실용을 중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사진 21세기북스]

『늦어서 고마워』에 대한 반응은?
“넉 달 동안 NYT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책을 평가한 독자들 635명 중 70프로가 별 5개를 줬다.”
그토록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아주 많은 것들이 그들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현기증 나게 벌어진다. 기계가 인간의 오감(五感) 능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헤쳐 나가기 위해 기술·세계화·환경의 거시적 변화를 설명해주고 새 환경 속에서 번창하게 도와줄 작가가 필요하다. 정부들은 보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필요하다. 책 서두에 밝힌 것처럼 나는 ‘번역가’다.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번역’한다. 나는 내가 궁금한 아주 복잡한 주제를 분해한다. 내가 이해한 바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새 환경에 적응하려면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이번 책에 인용한 시스템 분석가 린 웰스의 말에 동의한다. 웰스에 따르면 고도로 통합된 오늘의 세계에서는 ‘박스 밖에서(out of the box)’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이제 ‘박스 없이(without a box)’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항상 기술·세계화·환경을 통합하는 사고로 ‘큰 그림(big picture)’을 봐야 한다.”
리더십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세계는 동시에 평평하고(flat)하고 빠르게(fast) 됐기 때문에 아주 작은 실수가 엄청나게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이 시속 5㎞의 속도로 500㎞를 가면 되는 시대에는 나쁜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쉽고 빠르게 궤도를 수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시속 500㎞로 5만 ㎞를 가야하는 시대에는 본 궤도로 복귀하는 데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비즈니스·사회·정부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각별히 더 중요해졌다. 리더들은 아침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나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가장 큰 트렌드는 어떤 게 있나.’ ‘우리 회사 사람들이 트렌드로부터 최상의 이익을 얻어 번창하고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 책은 그런 고민을 하는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매뉴얼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화의 본질 자체가 바뀔 것인가.
“그렇다. 점차 세계는 연결(connected)에서 상호연결(interconnected)·초연결(hyper-connected)·상호의존(interdependent) 상태로 이동하고 있다. 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계의 모든 다른 곳에 잔물결효과(ripple effect)를 초래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강력한 글로벌 경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입장인가.
“그렇다. 나는 기계·소프트웨어·로봇이 우리가 싫어하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우리는 마음과 관련된 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일, 사람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일 같은 인간이 잘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노동자층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들은 어떤 일자리들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평생교육을 스스로 추구하는 성향의 노동자가 최고의 노동자라는 것이다. 비즈니스·산업·정부·교육기관이 긴밀히 연합해야 노동자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노동자들에 필요한 것은 ‘생활임금(living wage)’이 아니라 ‘학습임금(learning wage)’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당신은 탁월한 설명가로서 정평이 났다. 비결이 뭔가.
“나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관심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뭔가를 가르칠 게 있다고 믿는다. 신(神)은 내게 ‘점(點)과 점을 연결하는 능력(the ability to connect dots)’을 주셨다. 나는 매우 수평적으로 생각한다.”
이번 책의 틀에서 봤을 때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한국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신념이 강하다. 한국 문화는 교육·근면·혁신·법치를 중시한다. 게다가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한국은 그저 해오던 것을 향상시키고 존중하고 투자하면 된다.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건 한국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할 게 있다면?
“내 책을 사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계는 평평하다』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새 책도 좋아할 것이다.”

[S BOX] 10년 전엔 중국 민주화 될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프리드먼은 세계화·기술뿐만 아니라 국제정세 칼럼을 쓴다. 우리의 주요 관심거리를 물어봤다. ‘중국은 보다 민주적인 나라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10년 전에는 그렇게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민주국가들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를 뽑은 미국을 예로 들었다. 그의 트럼프 평가는 가혹했다. ‘트럼프는 세계화의 적(敵)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통합과 자유무역을 주도해 대체적으로 세계는 보다 많은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 트럼프는 그런 미국의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로지 제로섬 관계만을 믿는다.”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서는 이렇게 보고 있었다.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위험한 이웃과 오래 같이 지내야 할 것이다. ‘좋은 소식’은 김정은이 자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장담은 못하지만, 그가 전쟁을 일으켜 미국의 핵 반격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은 거시적으로 파악했다. “마크롱은 주요 국가에서 집권한 최초의 극단적 중도주의자다. 이제 시작일뿐 그가 마지막이 아니다. 가속 변화의 시대에는 좌우파로부터 가장 좋은 것만 선택해 정치를 한단계 끌어 올리는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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