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박근혜', '29만원 수표 든 전두환'…"표현의 자유 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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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독사과'를 든 백설공주 복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갑을 찬 채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머리에 리본을 단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춤 추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팝아티스트 이하(본명 이병하) 작가가 그린 풍자 포스터들이다.

이하 작가가 22일 열리는 경매에서 내놓을 그림들. [사진 참여연대]

이하 작가가 22일 열리는 경매에서 내놓을 그림들. [사진 참여연대]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전단을 만든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로 경매전을 연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하 작가와 함께 22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1층 카페에서 '표현의 자유를 팝니다' 경매 행사를 벌인다.

이하 작가는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풍자한 그림들을 그려왔다. 2011년에는 '나치 이명박' 포스터를 서울 종로 일대에 부착했다. 그 다음 해에는 부산 시내와 서울 연희동 일대에 박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이하 작가가 지난 2014년 배포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단. [중앙포토]

이하 작가가 지난 2014년 배포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단. [중앙포토]

이하 작가가 그린 풍자 그림들. [중앙포토]

이하 작가가 그린 풍자 그림들. [중앙포토]

이 작가는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박 전 대통령 캐리커처와 '퇴진' 문구가 담긴 전단 수천장을 서울 시내에 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전단에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 여주인공 얼굴에 박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그림과 'WANTED, MAD GOVERNMENT'(수배, 정신 나간 정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전단을 뿌리는 행위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고 예술의 자유 영역"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이씨에게 벌금 200만원 선고를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행사에서 경매품으로는 '동물시리즈', '눈물시리즈', '귀여운 독재자시리즈' 등 이 작가 작품 20점이 오른다. 경매 수익금은 이 작가의 벌금 충당 비용으로 사용된다. 행사에는 박재동 화백, 최태만 평론가,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음악가 김대중 등이 참석해 축사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측은 "이 작가의 벌금 마련과 함께 새로운 정부에서는 누구도 권력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예술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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