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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대형차-승용차 충돌 테스트 보니…대형차량 안전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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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빨간색과 녹색의 승용차 두 대가 트럭 모형 뒤에 나란히 서있다. 약간의 적막이 흐르고, 뒤에서 주황색 트럭이 두 차량을 향해 돌진한다. 2.5톤급 화물차로, 다행히도 화물칸은 텅 비어있다. 충돌 테스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차종·디자인 상관 없이 대형차엔 '속수무책' #충돌·차로 이탈 경고장치 의무화 나섰지만 #수동적 안전장치 외에 능동적 노력도 기울여야

[사진 ADAC]

[사진 ADAC]

트럭과 앞차 사이에 낀 초록색 승용차는 앞뒤 모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탑승공간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앞부분은 위로 들린 빨간 승용차 밑으로 빨려들어갔고, 뒷부분은 충돌하는 트럭의 힘에 맥없이 찌그러졌다.

이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단체인 독일 ADAC가 실시한 테스트 영상으로 트럭 또는 버스와 같은 대형차 충돌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실시됐다. 긴급제동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테스트 트럭은 70km/h의 속도로 승용차들을 향해 돌진했다.

최근 대형차와 일반 승용차의 충돌사고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사고로 4명이 숨졌고, 지난 5월 11일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4명이,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대형차 바로 앞에 있던 차량에서 발생했다.

과거부터 승용차는 모두 온갖 종류의 충돌 테스트를 거쳐 출시됐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각 차량의 충돌 안전성은 객관적으로 수치화 됐고, 등급이 매겨졌다. 하지만 이같은 대형차와의 사고에서 이 등급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해 7월 사고에서 버스가 달리던 속도는 91km/h, 지난 5월 사고의 버스는 92km/h로 달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충돌 테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정면 및 오프셋(전면의 약 25%만 충돌하는) 충돌 테스트 속도는 64km/h. 후면 충돌 테스트의 경우 이보다 느린 40km/h의 속도에서 주로 진행된다. 일부 제조사의 경우, 시속 50마일(약 80.5km/h)의 속도로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이 역시도 사고 당시 버스의 속도보다 느리다. 속도뿐 아니라 충격을 가하는 차량의 질량이나 힘도 탑승자들이 탄 고속버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사진 유튜브]

[사진 유튜브]

충돌과 관련해 뛰어난 물리 엔진을 통해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기존 충돌 테스트 대비 높은 속도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전방 및 후방 충돌 모두, 승용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대형차 사고의 위험성을 눈으로 보여주는 예다.

충돌 대상이 승용차에서 대형차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정차해있는 10톤 트럭을 향해 목재를 잔뜩 실은 16톤 트럭을 80km/h의 속도로 부딪히는 테스트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참혹했다.

[사진 DTC]

[사진 DTC]

충돌에 따른 충격으로 탑승공간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횡방향으로만 고정되어 있던 목재는 관성에 따라 충돌 이후에도 앞으로 움직였고, 탑승공간을 넘어 앞에 세워진 트럭의 짐칸까지 밀려나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충돌 경고장치를 포함한 차로 이탈 경고장치의 의무화에 나섰고, 정치권에선 버스 운전기사의 과로 및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대형차 운전자가 아무런 감속 노력 없이 다른 차량을 덮친 최근의 사고들에 대한 대책인 것이다.

사고의 발생 원인을 줄여보려는 노력이지만, 현장에선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광역급행버스 등은 근로기준법 상 '제한 없는 초과근로'가 허용되는 26개 업종에 속한다. 24시간 내내 근무를 한다 하더라도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안전·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 있어 이러한 '제한 없는 초과근로'를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러한 수동적 노력 외에도 긴급제동 보조장비나 긴급제동장치 등 실질적으로 차를 세울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이더 등을 통해 선행 차량과의 거리를 계산해야 가능한 기능인 만큼, 이를 통해 위급 상황에서의 긴급제동뿐 아니라 안전거리 미준수 등의 문제에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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