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쿼트 40회가 장수 비결”..‘생활습관병’ 소개한 105세 日 의사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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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별세한 히노하라 시게아키의 생전 모습. [중앙DB]

최근 별세한 히노하라 시게아키의 생전 모습. [중앙DB]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 ‘평생 현역’으로 유명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일본 성루카국제병원 명예원장이 18일 타계했다. 105세. 성루카 병원은 “하노하라 명예원장이 호흡부전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일본에 서양의학 본격 도입, 건강 저서로 밀리언셀러 #'생활습관병'이란 개념 만들어 日서 화제 #'요도호 사건' 살아남고 의료,사회봉사 전념 #팔굽혀펴기 20회, 스쿼트 매일 40회로 장수

일본에 서양의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1인자인 히노하라 원장은 ‘생활습관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등 예방의학 발전을 이끌어왔다. 간호사 양성에도 힘써왔는데, 100세를 넘긴 나이에도 의료봉사와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마지막까지 현역 의사로 일했다.

1911년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히노하라는 교토제국대학(지금의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뒤, 성루카국제병원 내과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내과의장과 병원장, 하버드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시바시 단잔 전 총리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1970년 3월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가던 중 탑승한 비행기가 일본 과격파 조직 ‘적군파’에 납치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이른바 ‘요도호 사건’이다.

납치범들은 평양으로 가자고 했지만 항공기 기장은 기지를 발휘해 김포공항에 착륙한 뒤 평양이라고 속였다. 이를 눈치챈 납치범들은 79시간 동안 대치한 뒤 운수성 차관을 인질로 잡는 대신 승객들을 풀어줬다.

히노하라는 “도쿄로 돌아오면서 이제 내 목숨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96년 병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사장과 명예원장 타이틀을 갖고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진찰했다.

생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히노하라 시게아키. [중앙DB]

생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히노하라 시게아키. [중앙DB]

생과 사,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 본 저서들을 다수 냈는데, 2001년 발간한 『잘 사는 법(生きかた上手)』은 130만부 이상이 팔렸다. 말년엔 전국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어린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생명의 수업(いのちの授業)’을 진행했다. 왕따와 등교거부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하는 그의 강연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 길게는 10년 뒤까지 자신이 해야할 일을 계획하는 ‘인생 계획표’를 만드는 습관으로도 유명하다.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생전 펴낸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100점 만점』 표지. [중앙DB]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생전 펴낸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100점 만점』 표지. [중앙DB]

건강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의 생활습관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였다.

그는 아침에 커피와 우유를 마셨는데, 여기에 올리브오일을 한 숟가락 넣은 주스를 빠트리지 않았다. 점심은 우유와 쿠키 2장. 식사다운 식사는 저녁 한끼였다. 저녁엔 밥 반 공기와 야채, 여기에 살코기나 생선을 곁들였다. 하루 섭취열량을 1300kcal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기초대사량 1200kcal와 머리를 쓰는데 쓰이는 열량 100kcal를 더한 것이다.

그는 평생 엎드려서 잤다. 우선 배꼽 부위에 넓은 베개를 놓고, 그 위에 엎드린 자세로 잠을 잤다. 얇은 털베개를 2중, 3중으로 놓고 머리는 15% 정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려 귀가 베개에 닿도록 엎드린다. 배는 자연히 아래쪽을 향하게 되고, 두 다리는 약간 굽힌 자세로 늘어뜨리는 자세가 된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데, 이런 자세로 잠을 자면 횡경막을 운동시키는 복식호흡이 수면 중에도 반복된다. 위장운동과 배뇨에 좋다고 한다.

그가 규칙적으로 한 운동은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목운동이다. 의자를 잡고 20회 팔 굽혀펴기를 한다. 스쿼트는 하루 40회. 목 운동은 앞뒤, 좌우로 스트레칭한다.

히노하라의 하루 수면시간은 4시간 반, 일주일에 하루는 밤샘을 했다고 한다. 왕성한 집필 활동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96세부터는 철야를 중단하고 수면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늘렸다고 한다.

다음은 그의 건강생활 팁 10가지

-소식= 배가 부를때까지 먹지 않는다. 항상 부족한 듯 먹는다. 30대 때 체중과 허리둘레를 평생 유지하면 좋다
-식물성 기름을 섭취한다= 야자유 이외의 식물성 기름이 좋다. 기름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데,이는 마음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계단을 이용하라
-빠른 걸음으로 걸어라
-항상 웃는 얼굴로 있어라
-목운동을 하라
-깊은 숨을 쉬어라= 숨을 깊이 마시고 뱉으면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신선한 공기를 몸 속으로 많이 불어 넣어라
-집중= 일이나 취미에 집중하라
-옷은 스스로 구입하라= 자신을 꾸미는 일은 걸음걸이를 경쾌하게 만든다
-체중과 체온,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라= 자신의 몸을 항상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라. 하루하루의 변화를 기록하는 게 좋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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