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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앵글] 메모리 반도체 시장, 2019년 중국발 공급 쇼크 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세계 반도체 매출은 4000억 달러(453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중국은 이제 메모리 반도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왜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매달리는 것일까. 그리고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반도체 자급률 끌어올리려는 중국 정부 #'메이드인 차이나 2025' 전략에 돈 쏟아 #시스템반도체 급성장, 다음 목표는 메모리 #"2018년 3D 낸드플래시, D램 양산" 선언 #한국ㆍ대만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 4~5년 #무서운 건 공급 과잉… "2019년이 관건"

중국은 세계 전자 제품의 60% 이상을 제조한다. 이를 위해 매년 2200억 달러(250조원)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57% 이상을 소비한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로 반도체 자급률을 지속해서 끌어 올리고 있으나, 아직 20%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이후 반도체를 국가 중점 육성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을 잇달아 제정해 왔다. 2015년에는 ‘메이드인 차이나 2025 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이르렀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방향은 해외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이다. 자본의 집중 투자를 통해 선진 기업과 기술 격차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M&A를 택한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의 선봉에는 칭화유니그룹이 있다. 칭화홀딩스와 베이징-장군 인베스트먼트의 합작 법인인 칭화유니그룹은 스프레드트럼·RDA 등 반도체 설계 기업뿐 만 아니라 파워텍·SPIL·칩모스 등 패키지 및 테스트 기업을 인수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한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로의 영역 확대다. 칭화유니그룹은 2016년 자국 내 기업인 XMC를 인수하여 창장메모리를 설립하였다. 비록 성공하진 못하였지만,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그리고 SK하이닉스 등 핵심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지분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반대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M&A가 어려워지자,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라인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 산업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IT 제품 시장의 성장에 따라 시장 규모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산업이며, 그동안 한국ㆍ미국ㆍ일본 등 3국이 과점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 실제 칭화유니그룹은 우한ㆍ청도ㆍ난징 등의 지역에 반도체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84조원을 투자하고, 2018년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시노 킹 테크놀로지는 201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D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푸젠진화반도체는 대만 UMC와 협력해 D램 생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정책과 투자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기업 두 곳이 세계 20위권에 포함되어 있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2개 기업이 세계 10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도 2015년 736개에서 2016년 1362개로 급격히 늘었다. 이 기업들의 매출은 177억 달러(20조원)로 세계 시장의 11%를 차지하며, 미국ㆍ대만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이런 양적 성장은 사물인터넷·자율주행자동차·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하고, 정보기술(IT)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결과다.

연구 개발 인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위 20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인력은 총 2만여 명으로, 한국 전체 시스템 반도체 기업 종사자의 약 4배 규모다. 2014년만 해도 100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한 중국의 팹리스 기업은 328곳이며, 500~1000명 규모의 인력을 보유한 중견 기업도 42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전체 팹리스 기업이 200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규모의 차이가 실감난다.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중국은 주변국에서 반도체 분야의 실무 경험을 갖춘 우수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이런 인력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과 마이크론과 이노테라 등 해외 기업에서 다년간 반도체 설계 및 생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중국의 반도체 연구 개발 인력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쑥쑥 성장하는 중국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자료: PwC, 직원 규모별 중국 팹리스 회사 수

쑥쑥 성장하는 중국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자료: PwC, 직원 규모별 중국 팹리스 회사 수

반도체 산업은 설계 뿐 아니라, 제조 분야에도 소자ㆍ재료ㆍ공정ㆍ장비ㆍ패키지ㆍ테스트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 그 산업 규모 또한 매우 크다. 이런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중국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책과 투자를 파운드리 영역으로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2000년 이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합작 지원으로 SMIC, 화홍그레이스 등 파운드리 전문 기업을 육성해 왔다. 특히 SMIC는 2015년 28나노 공정을 활용해 퀄컴의 휴대폰 프로세서를 양산한 저력의 회사다. 2020년에는 14나노 핀펫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지금은 한국과 대만에 비해 4~5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 이후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가 두려운 건 공급 과잉 때문이다. 이 속도라면 2019년 이후 전 세계 시장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과잉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중국 기업이 우리 반도체 기술을 따라오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일부가 중국 기업에 잠식되는 상황은 피하기 어렵다. IT 제품엔 다양한 가격과 성능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생각하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시점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ㆍ정부ㆍ대학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T 혁신을 이끌어 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도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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