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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화장품에 성분표시 있어도 배합 데이터는 영업비밀"

중앙일보

입력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화장품성분 [중앙포토]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화장품성분 [중앙포토]

시중에 유통 중인 화장품에 ‘전(全) 성분 정보’가 표시돼 있더라도 각 화장품 회사에서 이를 정리한 데이터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공개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회사 18곳 승소 #법원 "18만여 화장품 성분정보 빅데이터… #경쟁회사들이 유사제품 개발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 김정중)는 아모레퍼시픽·애경·엔프라니·토니모리 등 화장품회사 18곳과 대한화장품협회가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이하 ‘전 성분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발단은 지난해 9월 식약처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였다. 한 화장품 원료업체 대표가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한국화장품의 안정성을 알리고 싶으니 화장품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공개해 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한 것이다.

식약처는 같은 해 11월 정보공개심의회를 열어 공개결정을 했다.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인 화장품마다 ‘전 성분 정보’가 이미 공개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전부 모은 것이나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특별히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화장품회사들은 이에 반발해 같은 달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식약처가 공개하라고 한 ‘전 성분 데이터’는 공개해서는 안 될 ‘영업비밀’로 인정했다.
“각 화장품 회사들이 사용하는 원료, 그 원료를 배합하는 경향, 특정원료의 대체관계 등은 생산기술의 하나로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해 얻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 정보를 공개해서 생기는 이익보다 공개하지 않아 화장품 회사들의 비밀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누구나 화장품 뒷면이나 포장에서 전 성분 정보를 볼 수 있긴 하지만, 18만여 품목에 달하는 화장품의 품목별 전 성분 정보를 모아놓은 ‘빅데이터’는 별개의 정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전 성분 데이터’는 개별 화장품 포장에 기재·표시되는 것에 불과한 ‘전성분 정보’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별개의 정보로 보아야 한다. 개인이 개별 화장품 포장에 기재된 ‘전 성분 정보’를 모두 수집해 이 사건 공개대상 정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미 유통 중인 화장품마다 전 성분 정보가 공개돼 있다”는 식약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식약처가 공개하라고 했던 정보는 각 화장품 회사에서 엑셀 파일로 정리해둔 자료다. 재판부는 이 ‘빅데이터’에서 새롭고 다양한 정보를 새롭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가 위험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히 분류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제품에만 사용되고 있는 원료, 특정 화장품 제조판매업자의 원료 배합 경향과 원료 사용 추이, 특정 원료의 대체 관계를 알수 있다”면서 “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다른 화장품 회사들이 원고 회사들의 생산기술을 엿볼 수 있게 되고, 경쟁 업자들이 같은 생산기술을 이용해 유사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게 된다”고 판단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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