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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시리아 난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0호 31면

외국인의 눈

레바논 치안군 감옥에서 고문을 당해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 7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최근 레바논군이 레바논 내 아르살 난민 캠프를 급습하여 체포해 간 사람들이다.  이 캠프에선 21명의 난민이 살해됐고 약 400명이 체포됐다.

레바논군과 레바논을 통제하고 있는 헤즈볼라 민병대의 난민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레바논에 살고 있는 120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국제사회와 힘이 없는 척하는 국제기구들은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불행히도 살해·구타 등 최근에 시작된 잔인한 행동들이 금방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아르살 수용소에서 21명의 난민이 사망한 후, 수백 명이 테러 혐의로 기소됐고 모욕당했다. 한편 30% 이상의 난민이 있는 베카캠프에서 일어난 연이은 화재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 명이 다시 쫓겨났다.

레바논에서 죽은 시리아인들의 유해를 묻을 곳도 없다. 한 시리아 아이의 엄마는 선불로 병원비를 내지 못해 들어가지 못했던 그 병원 문 앞에서 아이를 낳기도 했다. 이 같은 최악의 인권침해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리아 난민을 못살게 구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려 한다. 이를 위해 레바논 정부는 체류 제도를 변경했다. 시리아인들은 갱신 가능한 6개월 체류 자격을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레바논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레바논을 떠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난민들은 불법체류를 한다. 이들은 당국에 체포되는 즉시 시리아로 추방된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려면 뇌물과 엄청나게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한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은 이것을 감당하기 어렵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구해달라”고 외치지만, 아무 반응도 대답도 없다. 유엔 사무총장조차도 이 재난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 유네스코 대사, 일부 아랍 예술가들이 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그들의 SNS에 올리는 게 전부다. 유엔과 난민 관련 기구들은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 보호를 위해 최대한 빨리 개입해야 한다.

압둘와합 모하메드 아가
동국대 법학대학원 박사과정·헬프시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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