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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석경의 한류탐사

동아시아 남자 배우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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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동아시아 남자들은 불행하게도,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제일 매력 없는 남자로 통했다. 지금 장년층 여성들은 학창 시절 할리우드 스타의 얼굴이 박힌 책받침을 지니고 다녔는데, 그들의 조카와 딸들은 인터넷에서 한국 연예인의 사진을 수집한다. 한류는 적어도 동아시아 내부에서는 글래머 남성의 얼굴을 백인으로부터 아시아인의 얼굴로 바꿔 놓았다.

아름다움은 대상의 능력이라기보다는 보는 자의 시선 속에 있다. 한류의 핵심 동력은 세계 속 여성 팬들임이 한류 수용자 조사 결과 계속 확인되고 있다. 동아시아 여인들의 시선 속에서 아름답게 갈고닦인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이 이젠 동아시아 외부에서도 가시적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동아시아 대중문화를 즐기는 서구 온라인 팬덤 속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동서 간 매력경제의 전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한국 스타들이다.

한국 스타가 구현하는 성공적인 남성성은 역사와 젠더 관계 속에서 탄생한 부드러움과 잘생김으로 이뤄져 있다. 부드러움은 긴 다른 글이 필요하기에, 여기에서는 잘생김에 집중하자. 이들의 매력에서 잘생김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으나, 한국을 찾는 세계의 여성 팬 대다수는 누군가에게 반해서 온다. 성형산업 속 미적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남자 배우의 잘생김의 미학은 한국의 영상산업 속에서 만들어진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할리우드의 한국계 남자 배우 스티븐 연은 자신이 주인공인 픽션 속에서 자기가 제일 못생기게 나오는데, 할리우드가 동양인이 잘 나오게 찍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인의 피부 톤에 맞춰 발전된 조명기술 속에서, 비백인 남자 배우가 스타로서의 매력을 얻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할리우드가 아시아 배우를 점점 더 많이 기용하더라도, 잘생김으로 빛나는 동아시아의 스타는 한국 영상제작의 미학 속에서 탄생한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중국 드라마가 과도한 화장과 하얀 조명으로 연극적 얼굴을 만드는 반면,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화장과 반사판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의 눈이 빛나고 얼굴은 화사해진다. 할리우드는 모르고 중국도 아직 잘 모르지만 우리는 잘 아는 한류 영상의 비법이 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