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결정 논란 커지는 신고리 원전 공사 일시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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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이 공개한 '6.27 국무회의록'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곽의원은 11일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국무회의록을 바탕으로 “정부가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서 부처간 토론이나 사전 논의 없이 세마디 회의로 급하게 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당시 회의 직후 국무위원들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관계부처 장관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12일 브리핑을 자청해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제 속기록에는 4장짜리 분량이 있을만큼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며 “행자부에서 내는 것은 요약본이기 때문에 두 명만 얘기한 것처럼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안이 필요한 중요한 안건일 경우 구두보고로 (국무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두보고는 통상 주제가 미리 공개되지 않고 이번 논의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홍 실장은 “6월 29일 국무회의는 평소보다 안건이 많지 않음에도 보통 때보다 30분이나 긴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며 “신고리 5ㆍ6호기 관련 안건은 20분 이상 토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원전 소재 지역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지, 사회적 갈등 해결방법과 갈등관리를 위한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공론화 계획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력있게 설명할 지 등에 대한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 결과 당시 국무회의에서 주무장관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 장관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됐다. 홍 실장은 국무회의 토론 발언자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수부 장관 등의 주요 발언이 있었고 이외에도 다른 참석자와 배석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제가 알기로는 산자부 장관님은 발언을 안 하셨다”고 답했다. 발언자와 발언내용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엔 “20분 이상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사람 이름을 대기는 제가 좀 그렇고요”라고만 했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공론조사를 결정하면서 정작 국무회의 이전에 거치는 차관회의는 생략됐다. 홍실장은 “차관회의는 올라가지 않고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올렸다”며 “모든 중요한 결정은 앞으로 구성될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 토론 후에 그 방식으로 추진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즉각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6.27 국무회의는 국민을 속이고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라고 법과 절차를 짓밟은 헌법 유린행위”라며 “국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당내에서도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8조60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원전 공사 중단 결정을 서둘러 내린 것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그날 국무회의는 과거 박근혜정부 장관들이 (많이) 참석했다”며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산자위 간사인 같은당 홍익표 의원도 “어쨌든 주무부처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차세현ㆍ채윤경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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