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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현장]민원응대하는 AI챗봇 뚜봇, 100일간 맹활약상 돌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시가 만든 뚜봇 이미지.[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만든 뚜봇 이미지.[사진 대구시]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에 사는 이종관(38)씨는 오는 17일 가족들과 홍콩으로 여행을 간다. 그는 홍콩에서 만약 여권을 분실했을 때 재발급이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대구시청 여권과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공무원들이 퇴근하고 없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공무원 대신 시청 채팅 로봇(챗봇·Chatbot)에게 질문을 해 긴급 발급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대구시청 여권과 근무 100일만 사람 대신 민원 상담 처리 #시간외근무수당 필요 없는 로봇 민원 공무원 등장해 맹활약 # #지난 4월 1일 공식적으로 국내 최초 첫 근무 시작 #100일간 실적 살펴보니 2877건 여권 민원 업무 상담 #이 기간 대구시 접수된 전체 여권 관련 민원 상담 5988건 #단순 수치로만 보면 전체 여권 민원 상담 절반 가까이 처리

대한민국 최초의 행정 민원 응대 채팅 로봇(챗봇·Chatbot)이 근무 100일만에 사람 대신 3000건 가까운 민원 상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챗봇의 첫 근무지인 대구시 여권 민원 업무 현장에서다. 시간외근무수당이 필요 없는 ‘로봇 민원 전문 공무원’이 세상에 등장해 맹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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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챗봇을 '뚜봇'이라고 이름 지어 부른다. 뚜봇은 로봇 같은 실제 기계는 아니다. 카카오톡을 하듯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실시간 채팅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민원 업무를 물어보면 뚜봇이 실시간 대답하는 형태다.

챗봇이 어떤 곳에 쓰이나요. 글로벌 인공지능 연간 매출 규모. 인공지능 국내 시장 규모.  [일러스트=김회룡]

챗봇이 어떤 곳에 쓰이나요. 글로벌 인공지능 연간 매출 규모. 인공지능 국내 시장 규모. [일러스트=김회룡]

대구시는 12일 지난 4월 1일 공식적으로 국내 최초 첫 근무를 시작한 뚜봇의 100일간 실적을 분석해 발표했다. 지난 10일까지 100일간 뚜봇은 2877건의 여권 민원 업무 상담을 했다. 이중 72%인 2059건은 사람이 대답하는 것처럼 100% 가까운 정확한 정보를 민원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뚜봇 상담 이미지.[사진 대구시]

뚜봇 상담 이미지.[사진 대구시]

뚜봇은 여권신청 방법을 묻는 질문(1544건)을 가장 많이 다뤘고, 여권 사진(248건) 크기, 미성년자 여권 발급(141건) 등에 대한 상담도 했다. 100일간 실적은 이 기간 대구시에 접수된 전체 여권 관련 민원 상담(5988건)의 48%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대구시에 접수된 전체 여권 민원 상담의 절반 가까이를 뚜봇이 상담한 것이다.

시범서비스 앞둔 '뚜봇'과 기자가 상담해보니. 숫자로 보는 뚜봇.  [자료제공=대구시, ㈜엘젠아이씨티]

시범서비스 앞둔 '뚜봇'과 기자가 상담해보니. 숫자로 보는 뚜봇. [자료제공=대구시, ㈜엘젠아이씨티]

윤지현 대구시 행복민원과 민원총괄담당은 "물론 오답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어 직원들이 다시 2차 3차 설명을 다시 하기도 했지만 최초 민원인과 접촉한 점, 그리고 초기 도입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활약상이다"고 말했다.

뚜봇은 곧 2세대로 진화한다. 다음달부터 데이터를 더 입력해 내년 상반기부터 여권 업무 뿐 아니라 차량등록 업무, 지역행사 축제 안내, 일반 시정민원 업무에도 투입된다. '뚜봇 키우기'를 위해 대구시는 12억원의 예산을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아 책정해둔 상태다.

현재 뚜봇은 그렇게 똑똑하진 않다. 951가지 여권 관련 경우의 수(Q&A)만 대비한 상태여서다. A4용지 286장 분량의 여권 업무 규정을 모두 외운 정도다. 사람처럼 정보를 응용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대구시청 전경.[사진 대구시]

대구시청 전경.[사진 대구시]

뚜봇은 사용자가 채팅으로 쓴 질문 중 쉼표·마침표·물음표 같은 불필요한 기호는 생략하고 문장만 읽어들인다. 미리 익힌 자료에서 글자 수와 주요 단어 유사어를 찾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더 진화해야 한다.

실제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뚜봇이 있는 대구시 여권 민원 상담 사이트(http://happy.daegu.go.kr)에 접속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지능형 여권상담 뚜봇’이라고 쓰인 사각형 창이 나타났다. 접속 사실을 눈치챈 뚜봇이 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왔다.

“여권을 발급받는 데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바로 “여권은 신청하시면 4~5일 후 발급합니다."라고 응답했다.

의도적으로 ‘여권’을 ‘녀권’ 또는 ‘요권’으로 오타를 쳐봤는데 뚜봇은 ‘여권’으로 인식했다. 엉뚱한 답도 나왔다. ‘비행기’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정확한 질문을 입력해달라고 했다. “남자니 여자니?"라고 묻자 “두드리소 상담 로봇 뚜봇”이라고 답했다.

100일 동안 뚜봇이 얼마나 똑똑한지 시험해보려는 민원인들도 많았다. 새 전자제품을 구입하면 이리저리 만져보는 것과 비슷한 호기심이다. 대구시가 확인한 여권 민원 업무 이외 상담이 2117건이나 됐다.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거나 우울하다, 심심하다, 사랑한다 같은 일상적인 감정을 뚜봇에게 표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뚜봇이 앞으로 더 똑똑해져 민원 현장에서 자리 잡으면 상당수 공무원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대구에서는 시청과 7개 구·군에서 46명의 공무원이 여권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2만여 개의 여권을 발급했다. 단순 여권 민원 상담은 대구시 콜센터에서 40여명의 상담사들이 하고 있다.

챗봇의 등장에 따른 인력 감축 가능성에 대해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형화된 질문과 대답을 할 수 있을 뿐 복잡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구시 공무원들 역시 "아직은 사람을 대신한다는게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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