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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프랜차이즈',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 모델은 어디에

중앙일보

입력

본사의 갑질이 없고, 가맹사업자는 웃으며 일하는 ‘착한 프랜차이즈’는 가능할까.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이런 문제의식으로 실험에 나서고 있는 프랜차이즈들도 있다. 본사가 가맹점을 쥐어짜기보다는 이익을 공유하는 식이다. 이런 프랜차이즈의 등장은 분명 반갑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착한 프랜차이즈보다는 정상적인 프랜차이즈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로열티 받지 않는다" 표방하는 소위 '착한 프랜차이즈' 늘어 #일부는 로열티 안받아도 투자 비용 많이 드는 경우 #로열티 제대로 받고 갑질 안하는 '정상 구조' 정착이 더 시급

10년 전 인천 지역의 빵집을 중심으로 구성된 까레몽협동조합. 이곳은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ㆍ인천ㆍ대구ㆍ전주 등 4개 지역에 13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열 군데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까레몽은 가맹점 모집 방식이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초기 비용은 조합 가입 비(250만원)가 전부다. 로열티는 따로 받지 않는다. 조합비로는 한 달간 제빵 교육을 해준다. 창업에 관한 가게 임차나 인테리어는 가맹점주가 알아서 한다. 공동공장에서 만든 반죽을 구매하는데, 이익의 일부를 조합원에게 배당한다. 이익이 커질수록 배당률도 올라간다.

까레몽협동조합 김봉수 이사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서 동네빵집이 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직접 ‘상생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착한 프랜차이즈의 탄생 비밀이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협동조합 형태가 아닌 기업형 프랜차이즈는 어떨까. 로열티가 없는 ‘착한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는 곳이 최근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착하지 않은 곳도 있다. 지난해 1월 법인을 설립한 뒤 입소문을 타고 현재 92개 가맹점을 확보한 A 수제 맥줏집은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이 업체 본사에 내야 하는 비용은 33㎡ (10평) 점포 기준 약 7000만원이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실제 창업 비용은 달랐다. 2~5배이 더 든다. 본부에 최종 비용을 묻자 ‘1억5000만원에서 4억원은 각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논현동에 33㎡ 짜리 점포를 낼 경우 최소 2억원, 입지가 좋은 곳 4억원까지는 든다고 했다. A 수제맥주집의 홈페이지엔 올해 5월 기준 순수익이 34%라고 있다. 이 업체가 공정위에 밝힌 서울 점포의 연평균 매출액은 3억840만원이다.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2~4년은 걸린다는 계산이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3년 이내 폐점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모험이다.

착한 프랜차이즈보다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는 ‘착한 선언’ 자체를 비정상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012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4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로열티를 받는 곳은 36.2%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수익은 다른데서 벌충한다. 악명 높은 ‘치즈 통과세’ 같은 본사가 공급하는 물류마진이다. 이게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의 갑질이 되는 구조다. 점주는 고객한테 물건을 팔고, 본사는 가맹점에 물건을 파는 식이다.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회장인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근간이 ‘로열티’구조로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모델이 정착이 안됐다”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철학과 가치관이 맞는 경우에 함께 가는 게 정상적이고, 그 약속으로서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이 ‘로열티’가 돼야 맞다”고 말했다.

이는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들여다보면 잘되는 곳도 영업이익이 기껏해야 10%를 넘지 않는다”면서 “이러다보니 가맹점주를 최대한 많이 늘려서 물류 비용을 키우기 위해 ‘로열티가 없다’,‘고수익 보장’ 등으로 가맹점주 모집에만 올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미스터피자나 호식이두마리치킨 사례처럼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프랜차이즈 모델은 자영업자들의 실패를 줄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열티를 근간으로 물류비용 마진을 최소화하는 미국 식의 프랜차이즈 모델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주영·최현주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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