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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 지지율 두 달 새 25%P 빠져 30%대 추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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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과 평화헌법 수호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전쟁 말고 평화’ ‘입헌주의 수호’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과 평화헌법 수호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전쟁 말고 평화’ ‘입헌주의 수호’ 등의 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달 새 25%포인트나 빠져 2012년 말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래 처음으로 30%대로 추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부지지) 비율은 50%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세는 다른 언론사 조사에서도 뚜렷하다.

요미우리선 36%, 재집권 후 최저 #아베 1차 내각 붕괴 직전 28% 접근 #친구 사학재단 특혜 의혹이 발목 #“내달 초 개각” 민심 수습 미지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서 내각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는 다음 달 초 당정 개편을 통해 민심을 수습할 생각이지만 정권의 구심력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가을 국회에 개헌안을 내고 내년에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개헌 일정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이 7~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6월보다 13% 포인트 떨어진 36%로 2012년 재집권 이래 가장 낮았다. 이 신문 조사에서 아베 내각(2차)의 최저 지지율은 2015년 9월 국민의 반발이 강했던 안보법 강행 처리 당시의 41%였다. 지지율 36%는 2007년 아베 1차 내각이 붕괴되기 직전의 지지율 28%에 근접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부지지 비율은 5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지지의 이유로는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가 49%로 나타났다. 지지율 하락의 진원지인 가케학원 문제와 관련해선 ‘총리가 국회에서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응답이 72%나 됐다. 아베가 올가을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인 데 대해서도 반대가 48%로 찬성(37%)을 웃돌았다.

아사히신문이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3%로 역대 최저였다. 부지지 비율은 47%로 1~2일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올랐다.

유럽을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9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다음 달 초 자민당 간부 인사와 개각을 단행해 민심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8월 말 당정 개편을 검토해왔으나 도쿄도 의회선거 참패로 일정을 앞당겼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二階俊博) 당 간사장은 유임이 확실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당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쿄도 의회 선거 직전 자위대를 선거에 이용하려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등은 교체가 확실하다.

하지만 당정 개편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이반 현상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아베의 발목을 잡은 가케학원 특혜 의혹도 여전하다. 10일 국회에 나온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가케학원 수의학부 승인 과정에서 “총리실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총리 직속 내각부가 이 학원의 수의학부 승인 문제를 놓고 ‘총리의 의향’ 등이라고 밝힌 문서가 존재한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정부 내에서 다른 문건이나 제보자가 나오면 아베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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