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광주가 흔들려요' 파업, 이제는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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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습니다.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 박모(45)씨는 "경기 침체로 지난해보다 일감이 30~40% 줄어 부도 직전에 놓여있는데 기아차까지 파업으로 벼랑에 몰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달여 계속되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파업 사태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서민 경제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 광주공장은 트럭.버스.승합차 등 각종 차량 19만대를 생산, 2조2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기아차 광주공장이 지역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광주공장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를 포함해 광주시 제조업체 고용인원(5만2천4백7명)의 30%에 달하는 1만5천8백60명이 기아자동차에 생계를 걸고 있다. 또 지역 제조업체 총생산액(15조4천4백89억원)에서 17%(협력업체 포함 2조7천억원)을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광주시와 시민들은 관용차량과 법인.개인택시 교체시 기아차 우선 구입하기 등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기 활력을 위해 '기아차 사주기 범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장기 파업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노.사 양측이 제몫 찾기에 열중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민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고 여긴다.

?파업 피해 상황=지난달 23일 부분 파업을 개시하면서 조업 중단에 들어간 기아차 광주공장은 20일 현재 차량 4천2백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직접적인 매출 손실만 5백여억원에 달한다.

쏘렌토의 경우 주문 적체만 1만여대가 밀려 출고 대기일이 60여일이나 되고 카렌스도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20~30일 이상 대기해야할 상황이다.

특히 하남공단 입주 협력업체 3백72개 협력업체의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업 여파로 현재까지 1.2차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은 기아차 매출 손실분의 65% 수준인 3백20여억원으로로 추정되고 있다. 협력업체 피해가 늘어나면서 부도 업체도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패널.섀시 등을 생산해 기아(80%).현대(10%)등에 납품하는 ㈜경원하이텍은 지난해 1백2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파업의 여파로 지난달 30일 부도처리됐다.

(본지 8월1일자 1면)

이 회사 한목은 사장(41)은 "수많은 협력업체를 둔 대기업 노조는 노동운동을 하더라도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헤아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협상안=기아차 노사 양측은 그동안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노조는 지난달 22일 쟁위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주.야간 부분 파업, 토요 휴무, 전직원 휴가 등으로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금 12만3천2백59원(11.1% 인상)▶성과금 2백%+α 지급▶신차종 개발시 현대.기아차 적정 분배 ▶비정규 생산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9만5천원 인상▶협상 타결때 생산성 향상 및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 70만원▶비정규직 기본급 17만3천원 인상과 성과급 2백% 지급 등을 내세우고 있다.

?파업중단 호소=지역 협력업체와 경제단체 등이 파업 중단과 조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 19일 기아차 광주공장 정문 등에서 노조원들을 상대로 파업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 직원은 "기아차의 장기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파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전남경영자총협회도 이날 "97년 위기때 기아자동차 사주기운동 등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을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지역경제 현실을 감안해 하루 빨리 정상 조업해줄 것"을 호소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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