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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잊혀진 김이수, 난감한 한민구... 국회 파행이 몰고온 ‘웃픈’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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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판정에 입장한 김이수 권한대행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입장한 뒤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심판정에 입장한 김이수 권한대행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입장한 뒤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이수가 실종됐다.
 여야의 가파른 대치로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논의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7~8일 인사청문회를 했으나 국회 표결 인준을 거치지 못해 아직도 권한대행 신분이다. 5부 요인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1월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6개월간 공석이다.

 헌재소장 인사특위는 청문회 이후 한 번도 회의를 갖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임명 강행에 보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상대적으로 협조적이던 국민의당마저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 이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 표결이 필요한 헌재소장은 나 몰라라 내팽개쳐놓고 동의 없이도 가능한 장관들 임명만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이수 실종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진선미 의원 측은 9일 “국회 전체가 마비됐으니 간사 간 논의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당 대당으로 담판을 지어야 한다.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고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한민구 국방장관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고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한민구 국방장관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답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김이수 후보자가 사라졌다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 없어 난감하다. 송영무 장관 후보자 임명이 지연되면서 임기가 기약 없이 연장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뒤 5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에서 한 장관은 진땀을 뺐다. "북한의 다음 ICBM 발사나 핵실험이 올해 중 예상된다. 사드 배치는 언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는 질문에 한 장관은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지켜보고 그 과정서 북한 관련 상황이 있으면 정부 나름대로 적절한 판단이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조속한 사드 배치를 주장해온 한 장관이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자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장관 소신 갖고 확실하게 답변하라. 남의 얘기하듯 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방부장관이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장관도 현재 정부다. 정부 자체다. 판단과 의지가 있지 않겠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미 지난달 국방위, 6월 추경심사를 위한 예결위에도 잇따라 참석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일 내각 인선을 사실상 완료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빨리 일을 하고 싶은 후보자나 하루 빨리 일을 정리하고 싶은 장관이 서로 그러지 못하는 희한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상황이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발에 상관없이 10일~11일 송영무ㆍ조대엽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을 장담할 수 없다. 김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통과하기 위해선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120석)만으로는 어렵다. 자유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이 반대하고 있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40석)은 본회의 참석을 거부해 통과가 쉽지 않다. 결국 송영무 카드 강행은 한민구 장관에겐 다행일지 모르나 김 후보자에겐 시련이 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남은 임기(1년 2개월)동안 '권한대행 딱지'를 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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