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새로운 찰떡궁합?…예정시간 4배 넘긴 마라톤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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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들이 당신을 모욕한 거냐"고 묻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들이 당신을 모욕한 거냐"고 묻고 있다. [AP=연합뉴스]

"엄청난(tremendous) 만남이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TV에 나오는 (부정적 이미지의) 트럼프와 실제 그는 아주 많이 달랐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G20 계기로 독일서 만나 상대방 극찬하며 의기투합 #멜라니아까지 회담 마칠 것 얘기했지만 대화 끊지못해

7일 트럼프와 푸틴의 첫 만남은 136분(2시간 16분)이나 계속됐다. 당초 예정했던 시간은 30분. 너무 길어져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가 회담장에 들어가 "다음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데…"라며 회담 종료를 촉구했지만 실패했다. "두 사람은 그 후로도 1시간 이상 대화를 계속했다"고 '더 힐'이 전했다.
회담에 배석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두 정상 가운데 누구도 대화중단을 원하지 않았다"며 "두 지도자는 매우 급속히 결합됐고 매우 분명한 긍정적 케미스트리(궁합)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푸틴도 회담 후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며 "그는 아주 올바르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고 상당히 빨리 분석한다. 제시되는 문제 및 대화 중 발생한 새로운 요인들에 (제대로) 대응한다"고 트럼프를 극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은 "두 지도자가 북한 문제 등에 있어 이견을 노출했지만 친밀한 인간관계를 구축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무역불균형 문제 등을 다시 제기하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던 트럼프가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대조적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회담에 들어가기 전 푸틴에게 "당신과 함께 해 영광"이라 했고, 푸틴은 촬영을 마치고 퇴장하는 기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들이 당신을 모욕한 거냐"고 물었다. 트럼프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 주장을 거든 것이다. 트럼프는 "바로 저 사람들이다"고 맞장구쳤다.

회담에선 먼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미 대선에 해킹 등의 방법으로 개입했다고 하는 '러시아 게이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에 걸쳐 이를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으나 푸틴은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의 반박을 트럼프가 받아들였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해명을 위해) 덫을 설치했고, 여기에 트럼프가 걸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특검수사까지 앞두고 있어 러시아 게이트가 더 이상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 트럼프도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대화가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굳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굳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트럼프가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낸 유일한 성과는 시리아 서남부 지역 휴전 합의 정도인데, 이도 푸틴과의 회담에서 나왔다.
두 정상은 또 상대국 파견 대사의 임명을 서두르기로 하는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 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폐쇄한 미국 내 러시아 외교공관 두 곳을 러시아에 되돌려주는 문제도 논의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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