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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직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9호 04면

망망대해를 건너는 40여 일의 항해 끝에 1905년 5월 15일 마침내 도착한 묵국(墨國). 하지만 희망에 부푼 조선인 이민자 1031명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카탄 반도의 작열하는 태양과 거칠기 짝이 없는 에네켄(henequén·용설란) 농장뿐이었습니다. 지상낙원인 줄 알고 찾았던 이국땅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면서 이들은 나라 없는 설움을 다시 한번 느껴야 했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던 멕시코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한인들의 질긴 생명력은 영화 ‘애니깽’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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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3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멕시코 직항 노선 신규 취항 행사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멕시코 국적 항공사인 아에로멕시코는 1일부터 도쿄, 상하이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인천과 멕시코시티를 잇는 직항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나 캐나다를 경유해야 했기에 약 18시간가량 걸렸지만 이제는 14시간 정도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32석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포함해 총 243석의 좌석을 갖춘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주 4회(월·수·금·일) 출발합니다. 현재 한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승객은 연간 7만6000명이었는데, 이제 이 숫자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아에로멕시코와 주한멕시코관광청은 내다보고 있네요.

112년 만에 40일이 14시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새로운 교류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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