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자리와 권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중앙일보

입력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카타르 사태의 두 주역으로 맞대결하는 #31세 사우디 왕세자와 37세 카타르 국왕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82) 국왕의 장남인 무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1)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제1왕위계승권자가 됐다. 궁정 친위쿠데타 성격을 넘어 중동 정세까지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살만 국왕이 가문의 룰을 뛰어넘어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강경파 피붙이에게 힘을 실어준 결정이기 때문이다.
MBS라는 영문 약칭으로 불리는 무하마드 빈살만은 힘을 앞세워 사우디 왕실의 권위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다.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국내외 세력에 특히 단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압박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서방 세계에도 친미정권과 이슬람주의자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015년 29세에 국방장관에 올라 세계 최연소 기록을 세운 그는 카타르 압박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물러설 경우 권위에 도전할 인물이 주변에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국왕(37)도 자리를 걸고 MBS에 맞서는 중이다. 2013년 6월 부왕 하마드 빈할리파 알사니의 양위로 국왕에 오른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최연소 군주다. 이번 사태를 말끔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 무하마드와 타밈의 치킨게임은 중동은 물론 세계 경제마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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