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북한 ICBM 규탄하는 G20 의장국 성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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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 총리실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 뒤 총리실 담장 밖에서 기다리던 교민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 한국 교민들을 만났다. 독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 총리실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 뒤 총리실 담장 밖에서 기다리던 교민들에게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 한국 교민들을 만났다. 독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직후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다. 당초 문 대통령은 한국보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독일 정상을 만나 통일에 관한 대화를 비중 있게 나눌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도발로 인해 제재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과 회담 뒤 함께 걸으며 #환호하는 한국교민들과 악수 #독일 총리실 “이런 장면은 처음”

문 대통령은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가진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현재 수준도 문제지만,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ICBM도 (발사 성공이)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한·미의 전문가가 예상했지만 어제(4일) 발사한 미사일은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뒤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며 “국제적 압박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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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도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이 7~8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원국의 공동 결의를 담아내기 위한 의장국으로서 관심을 보여주면 고맙겠다”고 하자 메르켈 총리는 “(공동 결의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는 내용과 유엔 결의 및 그 해당 조치에 따르면 된다는 정도의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만찬 형식으로 진행된 두 정상의 첫 만남은 1시간30분간이어졌다. 총리실 앞 광장에서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며 문 대통령을 맞이한 메르켈 총리는 회담이 시작되자 “탄핵의 어려움을 겪고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을 보여준 걸 평가한다”며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한국) 국민의 기대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기대와 경제 성과 참여에 대한 기대, 균형 잡힌 발전 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는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볼 정도로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는데 직접 뵙게 되니 무척 기쁘다”고 화답했다.

회담 뒤 공동발표 때는 문 대통령이 “구텐 아벤트(Guten Abend·안녕하세요)” “필렌 당크(Vielen Dank·감사합니다)” 등의 독일어 인사를 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회담이 끝난 뒤 환송하러 나온 메르켈 총리는 환호하는 한국 교민을 보며 문 대통령과 100m 정도를 함께 걸었다. 철제 울타리 사이로 교민들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문 대통령뿐 아니라 메르켈 총리도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이를 지켜본 독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베를린=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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