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신베를린 선언 실효성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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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쾨르버 재단의 초청연설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화 추구와 평화체제, 신(新)경제 지도 구상을 골자로 한 문 대통령의 신(新) 베를린 선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가 한반도의 주도권을 쥐고, 비핵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풀겠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북한의 수용여부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반응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남북 대화 등 문 대통령이 대북 4대 제안에 앞서 설명한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문 대통령의 언급 중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주목했다.
 고유환 동국대(북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겠다고 밝힌 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때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나 ‘평화체제 구축’보다 한걸음 더 진화한 것”이라며 “지난 3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연설 내용이 악화한 상황을 반영해 톤 다운 됐을텐데 그럼에도 북한에는 파격적인 제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1단계로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대북 적대시정책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끌어낸 데 이어 2단계로 관련국가들 간에 평화협정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이 핵개발의 명분과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문제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언급을 꺼렸던 부분이다. 그런 만큼 북한에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진정성을 보여준 셈이다.
 김연철 인제대(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6ㆍ15와 10ㆍ4 선언의 이행의지가 있는지, 정치ㆍ군사 문제 해결 없이 사회ㆍ문화 교류만 하려느냐는 의문을 가져 왔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6ㆍ15와 10ㆍ4 선언을 평가하고 실천 의지를 밝혔고, 군사분야의 신뢰구축을 하면서 쉬운 부분부터 풀자는 답을 한 만큼 북한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고 교수는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중국 식당 여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귀국후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 본 뒤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당분간 북한이 호응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원장은 “김정은은 지난 3일 ICBM을 발사한 뒤에도 미국을 향해 계속 (미사일을)날리겠다고 공언하면서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고,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북한은 워싱턴을 바라보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이상 서울을 쳐다볼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방한했던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한국측의 다양한 체육교류 제안에 대해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렸다”거나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일축했었다. 다만 북한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삼고 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에 따라 급진전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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