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56)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지명된 데 이어 공석이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 직무대리에 윤대진(53·사법연수원 25기) 부산지검 2차장이 5일 발탁됐다.
공석인 1차장에 윤 부산지검 차장 임명 #25기 파격 발탁…'인적 쇄신' 신호탄 해석 #문무일·윤석열과 '신정아 사건' 함께 수사 #"문재인 정부 검찰, 특수통이 꿰찬 모습" #윤 지검장과 '의형제'로 알려져, 각별한 친분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우병우 전 수석 재조사" 관측도
대검찰청은 이날 “1차장 산하는 8개 형사부에 2개 조사부 등이 있어 사건결재 부담이 상당하고 주요 사건들에 대한 수사ㆍ공판이 진행되고 있어 정기 인사 이전에 보직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윤 차장의 부임일은 7일이다”고 원 포인트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차장의 발탁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전 정권에서 해양경찰의 세월호 참사 대응 등을 수사했던 광주지검 수사팀장(형사 2부장)이었다. 우병우(50)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수사팀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윤 차장은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으로 갔다가 지난해 초 부산지검 2차장검사로 부임했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윤 차장은 팀장으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 차장은 윤석열(53·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의형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사단’ 인사의 첫 단추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수 파괴’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윤 차장은 연수원 25기 이고, 전임자인 노승권 대구지검장은 21기다. 이정회(51) 2차장은 23기, 이동열(51) 3차장은 22기다. 한 부장검사는 “문 총장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이달 말쯤 단행될 검찰 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차장의 부임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특수통 '칼잡이'들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는 형국이 됐다. 문 총장 후보자와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윤 차장도 대검 중수부 수사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맡았다.
윤 차장은 문 총장 후보자, 윤 지검장과 함께 2007년 ‘신정아 사건’에 함께 구원투수로 투입돼 호흡을 맞췄다.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서부지검이 맡았던 이 사건의 초동수사가 미흡하고 수사 태도가 소극적이라고 판단해 이 세 사람을 동시에 파견했다.
윤 차장과 윤 지검장은 대검 연구관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성씨가 같고 선이 굵고 호탕한 스타일이라 쉽게 죽이 맞았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 윤 지검장은 ‘대윤’(大尹), 윤 차장은 ‘소윤’(小尹)으로 불린다. 야구 명문 충암고 출신인 윤 지검장이 윤 차장 등 대검 연구관들을 데리고 충암고 야구 경기를 함께 보러가기도 했다.
윤 차장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때 조사했던 피의자 중 한 명이 날 ‘작은 윤 검사님’, 윤 지검장을 ‘큰 윤 검사님’이라고 부르면서 생긴 별명”이라고 설명했다. 둘 사이에는 늦게 사법고시에 합격해 늦깍이로 검사가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굵직한 사건에 힘을 모으기도 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2007년 신정아 사건,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함께 했다. 윤 차장은 저축은행 합동수사반에서 팀장을 맡아 솔로몬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윤 지검장과 윤 부장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중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동반 사직서를 낸 일도 검찰 내에선 유명하다. 정상명 당시 총장은 웃으며 둘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결국 정 회장이 구속됐다.
윤 차장의 부임으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차장은 세월호 참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우병우 전 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윤 차장은 당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