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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피해자 여공무원이 또 피해봤다? 여직원에 소주병 던진 교육청 간부, 피해 여직원 전출 인사에 개입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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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소주병. [중앙포토]

깨진 소주병. [중앙포토]

회식장소에서 여직원에게 술병을 던진 강원도교육청 일반직 간부 공무원이 피해 여직원 전출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교육청 과장급 간부, 지난 5월 22일 회식자리 부적절 처신 #폭탄주 만들어 마시다 직원끼리 언쟁 붙자 소주병 내던져 #이 간부, 지난달 5일 해당 여직원을 다른 부서로 전출 인사 #교육청, 뒤늦게 사실 알려지자 5일 해당 간부 좌천성 인사 조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교육청지부, 교육감에게 "A씨 파면" 요구

강원도 교육청은 “술병을 던진 모 부서 과장 A씨(58·4급)가 피해 여직원(40대·6급)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전보내신서’를 인사담당 부서에 직접 제출, 해당 여직원이 지난 1일 자로 인사발령이 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22일 저녁 회식자리에서 시작됐다.
강원도 교육청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교육청지부 등에 따르면 당시 회식자리에서 피해 여직원은 ‘우리 계도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건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여직원과 다른 직원 간에 언쟁이 생겼고, 이를 지켜보다 화가 난 A씨가 옆에 있던 술병을 던졌다고 한다.

강원도 교육청 홈페이지.

강원도 교육청 홈페이지.

이 같은 사실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교육청지부가 성명서를 내면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지난 4일 A씨를 파면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A씨는 회식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강요하고, 같은 과 여직원에게 소주병을 던져 깨뜨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면서 “폭력 행위를 자행한 A씨를 파면하라”고 민병희 교육감에게 요구했다.

이어 “여직원이 인사 고충을 상담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 은폐에만 급급했다”면서 “사건을 은폐한 총무과장과 감사관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A씨가 지난달 5일 인사담당 부서를 찾아 피해 여직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전보내신서’를 제출하자 피해 여직원은 상담을 위해 인사담당 부서를 찾았다.

당시 이 여직원은 일선 학교가 아닌 강원도교육청의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교육청의 경우 본청 단위 과장이나 학교장은 담당자가 업무 추진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될 때 부서장 내신을 통해 담당자를 교체할 수 있다.

소주병 이미지. [중앙포토]

소주병 이미지. [중앙포토]

도 교육청 관계자는 “부서장 내신의 경우 도교육청 내 다른 부서로 가면 반발이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 “상담 당시에 여직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사건 이후 A씨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있는지 피해 여직원에게 물었고,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직권으로 인사를 했다”면서 “피해자를 보호해줘야 하는 도 교육청이 오히려 한 번 더 피해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도 교육청은 A씨가 부서장 내신을 악용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연합뉴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병희 교육감도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진위가 명확하게 가려진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부서장 판단에 따라 직원을 내보내는 제도가 타당한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 교육감은 “어떤 사람의 처벌보다는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누구도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인사규정을 고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물의를 일으킨 A씨에 대해 5일 자로 좌천성 인사를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사를 하려면 사전에 담당 직원에게 이야기하게 돼 있다. 해당 직원이 부서에 온 지 1년 6개월가량 된 데다 추진하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교체에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면서 “해당 직원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감사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면서“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강원교육청지부 성명. [중앙포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강원교육청지부 성명. [중앙포토]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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