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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 안서는 EU, 두 손 든 이탈리아…다시 고조되는 유럽 난민 사태

중앙일보

입력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내무장관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다음 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유럽연합(EU) 내무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음에도 긴급히 자리가 마련된 건 다시 고조되고 있는 난민 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지중해에서 스웨던 국적 선박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 구조 선박의 국적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난민들은 지중해역을 관장하는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에 발을 디딘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지중해에서 스웨던 국적 선박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 구조 선박의 국적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난민들은 지중해역을 관장하는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에 발을 디딘다. [EPA=연합뉴스]

발등의 불은 무엇보다 이탈리아의 ‘협박’이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를 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외국 국적 선박의 입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난민을 더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유럽행 난민들의 최대 관문이다. 터키를 통한 유럽 진입로가 막히면서 리비아~이탈리아 항로는 난민들의 유일한 탈출구가 됐다.
올 들어 이 경로를 따라 이탈리아에 발을 디딘 난민은 8만 3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수치다.
지중해를 표류하는 난민들은 독일·몰타 등 유럽 각국과 ‘국경없는 의사회’ 등 구호단체의 선박을 통해 구출된다. 이후 난민들은 구조선의 소속과 관계없이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로 향한다. 2014년 이후 이런 식으로 이탈리아에 유입된 난민이 50만 명을 넘는다.
특히 지난주에만 1만 명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입국했다. 유엔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달 24~27일 난민 8863명이 지중해에서 구조됐다. EU 국경관리기구(Frontex)가 구조한 보트에도 2700명 넘는 난민이 타고 있었다.
이탈리아가 이들을 수용한 건 2015년 EU국가들이 난민 분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EU법은 ‘난민이 처음 발 디딘 국가가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EU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난민 재배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BBC에 따르면 당초 약속한 16만 명 중 2만 900명 만 각국에 재배치됐다.
재배치가 더딘 건 합의를 깨는 일부 국가들 탓이다. 특히 체코·폴란드·헝가리는 약속 파기로 EU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난민 2000명 수용을 약속했던 체코는 12명을 받았고, 폴란드와 헝가리는 단 1명도 수용하지 않았다.
EU의 압박에도 3개국은 강경하다. 비톨드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은 “난민 캠프의 대다수는 난민이 아니라 이민자”라며 “이민자 할당은 각 국가의 인구구성 및 노동시장 흡수 가능 여부에 달린, 개별 국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1주일 새 난민 유입 1만 명 넘는 이탈리아 #"외국 선박 입항 금지하겠다" 선언 # 체코·폴란드·헝가리는 난민 재배치 파기 #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내무장관 긴급 회동 # #

난민들 역시 동유럽 국가보다 부유한 북·서유럽 국가를 선호한다는 것도 문제다. 라트비아 같은 EU 내 빈국이 수용한 난민 일부는 독일 등을 향해 다시 떠돌아 유럽의 또 다른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일단 3일 회동한 3개국 내무장관과 드미트리 아브라모플로스 EU 난민 담당 집행위원은 “밀려드는 지중해 난민 문제에 대해 공조하고, 이탈리아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의 지적대로 “배 타고 바다에만 나가면 구조될 수 있다”고 난민을 꼬드기는 업자들이 횡행하는데다, 계절까지 여름철이 되면서 난민 사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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