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高價분양 부근 분양권값 들쑤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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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수도권 신규 분양 단지의 높은 분양가가 인근 지역 아파트 분양권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6월 7일 입주 때까지 팔지 못하는 투기과열지구가 수도권 대부분으로 확대된 뒤 수도권 분양권 값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 분양시장 회복 기미와 함께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주 수도권 분양권 상승률은 0.23%로 지난 6월 분양권 전매 금지 확대 조치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되살아나는 분양시장=여름 휴가철이 낀 비수기인데도 미분양이 속출하던 지난달과 달리 청약경쟁률이 높아졌다. 잇따른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들먹거리자 청약을 주저하던 실수요자들이 공급이 뜸했거나 개발 여지가 많은 곳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이 경기도 군포시 당동에 분양한 당동2차e편한세상의 경우 지난 11일 지역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33평형이 최고 8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4개 평형 중 3개 평형이 마감됐다.

조망권이 떨어지는 45B평형만 3순위까지 갔다. 대림산업 문준길 과장은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로 개발이 한창인 데다 주변에 녹지공간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지난 6월말 LG건설이 8백75가구를 분양한 지 한달여 만에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금강종합건설이 내놓은 금강KCC도 1순위(평균 1.9대1)에서 청약마감했다.

1순위 청약자(3백44명)의 80%가 하남 이외 수도권 거주자일 정도로 다른 지역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백중환 분양소장은 "오랜만에 분양됐고 당분간 신규 분양계획이 없어 실수요자들이 몰린 데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를 피해 분양받으려는 청약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8개 업체가 7천1백여가구를 내놓은 용인 동백지구 아파트 초기 계약률은 평균 80%(건설업체 주장)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공급물량이 많고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돼 계약률이 크게 낮을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

◇덩달아 기존 분양권 값도 꿈틀=군포시 당동2차e편한세상 분양가(기준층 기준)는 33평형 2억6천1백만원, 45평형 3억5천7백만~3억7천7백만원이었다. 평당 7백70만원대로 주변 단지들보다 50만원 이상 비싸다.

때문에 이 아파트 분양 뒤 인근 당정동 성원상떼빌(내년 6월 입주 예정) 44평형과 대우아파트(내년 3월 입주 예정)가 일주일 새 3백50만~5백만원 올랐다.

당동대림공인 서민희 사장은 "분양가가 높게 나오자 일부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가격을 높이고 있다"며 "정부 규제로 주춤하던 수도권 분양권 시장을 높은 분양가가 흔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분양 이후 인근 기흥읍 신갈.구갈지구와 수지읍 등의 분양권 시장도 술렁인다. 구갈지구 한라비발디 33평형(1억9천만~2억3천만원)이 이달 초보다 8백만원 상승하는 등 평형에 따라 최고 1천만원 넘게 뛰었다.

용인 굿모닝공인 전정호 사장은 "동백지구가 평당 7백만원대에 분양되자 주변 시세가 30만원 정도 올라 동백지구 분양가와 비슷해졌고 매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풍림산업이 5백63가구를 분양한 경기도 파주시 금촌지구 주변 기존 분양권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풍림아이원의 평당 분양가는 6백만~6백30만원으로 주변 입주예정 단지보다 30만원 이상 비싸다.

인근 교하지구 자유로 아이파크(내년 8월 입주 예정) 48평형도 최고 가격이 풍림아이원 46평형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금촌세종공인 박원진 사장은 "신도시 개발 호재를 안고 앞으로 나올 아파트 분양가가 현재 시세보다 비쌀 것이 확실해지자 잠잠하던 매수문의가 늘고 주인들도 매도를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새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게 나오자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 분양권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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