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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 가사는 12세 관람가 … 공연할 땐 마구 달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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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팝 히든 프로듀서 ⑧ 밴드형 아이돌 ‘씨엔블루’ 정용화

씨엔블루 정용화는 “원래는 작곡할 때도 록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기타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피아노로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사에 쓸만한 테마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핸드폰에 저장해두는 편”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씨엔블루 정용화는 “원래는 작곡할 때도 록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기타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피아노로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사에 쓸만한 테마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핸드폰에 저장해두는 편”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이돌 밴드. 2007년 FT아일랜드가 데뷔할 때만 해도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은 제법 익숙한 명칭이 됐다. ‘밴드 명가’ FN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씨엔블루·엔플라잉·허니스트 등 밴드형 아이돌의 데뷔가 꾸준히 이루어졌고, 댄스 일색이었던 JYP엔터테인먼트도 매달 2곡씩 신곡을 발표하는 데이식스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등 K팝의 한 축을 이루는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가수·연기자로도 뚜렷한 존재감 #중학생때부터 밴드하며 작곡 연습 #8000석 정도 공연장 만들고 싶어

그중에서도 씨엔블루는 이 장르를 대표하는 그룹이다. 데뷔곡 ‘외톨이야’를 시작으로 ‘사랑빛’ ‘캔트 스톱(Can’t Stop)’ 등 내놓는 곡마다 히트한 것은 물론이요, 데뷔앨범 ‘블루토리(Bluetory)’에서 한 곡으로 시작한 작곡 비율은 미니 4집 ‘리:블루(Re:BLUE)’에 이르러 여섯 곡 전곡으로 확대되는 등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이다.

정용화는 영화 ‘봉미강호지결전식신’에서 스타셰프로 출연해 셰팅펑(謝霆鋒)과 연기 대결을 벌였다.

정용화는 영화 ‘봉미강호지결전식신’에서 스타셰프로 출연해 셰팅펑(謝霆鋒)과 연기 대결을 벌였다.

특히 리더이자 보컬을 맡고 있는 정용화(28)는 솔로 앨범 ‘어느 멋진 날’로 가수 겸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등으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아이돌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주인공이다. 지난 2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봉미강호지결전식신(鋒味江湖之決戰食神)’이 끝나기 무섭게 지난달부터 아시아 투어 길에 오르고, 강호동·김희선과 함께 하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섬총사’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섬에 들어간다. 그에게 밴드로 산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서울 청담동 FNC 작업실에서 만난 정용화는 “합주를 통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곧 밴드”라고 정의했다. 장르와 무관하게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얘기다. “처음엔 저희도 ‘너네가 밴드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많이 의식했어요. 누가 들어도 록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안 넣어도 되는 기타를 징징징 쳐대기도 하고. 그런데 2013년에 월드투어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때부턴 좀 편안해졌어요.”

언제부턴가 공연 무대에 더 자주 서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음악 방송은 제약이 너무 많다. 라이브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 게다가 다른 아이돌은 춤을 추니까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데 우리는 악기를 들고 서 있으니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여져서 아쉬움이 크다.”
그간 쌓인 흥을 콘서트로 방출하는 건가.
“그렇다. 무조건 달려야지. 공연도 3일을 하면 세트리스트(선곡표)를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든다. 같은 노래도 부를 때마다 조금씩 바꿔 부르고. 멤버들도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제 눈빛만 봐도 알아서 잘 따라온다.”
관객들도 다같이 달리게 만드는 게 쉽진 않을텐데.
“한 번 들으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의식을 하고 곡을 쓰는 편이다. 후렴 부분은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든가 하면서.”
작곡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
“중고등학교 때도 밴드를 계속 했으니까 데모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이것저것 만져보긴 했다. 연습생으로 서울 올라오고 나서는 한승훈 부사장님과 숙소 생활을 했는데 외출하면 몰래 컴퓨터 켜서 해보고 피아노도 몰래 치면서 써보고 그랬다. 계속 들키니까 가르쳐주시더라.”
밴드여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지.
“처음엔 각기 다른 취향을 고려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비슷해져서 한결 수월하다. 노래에도 ‘쿠세(습관)’가 있듯 악기에도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최대한 멤버들에게 맞춰주는 편이다. 앨범 구성도 리듬감 있는 노래가 있으면 어쿠스틱한 것도 넣어서 최대한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가사는 최대한 긍정적인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영화로 치면 12세 관람가 같은 느낌이랄까.”
곧 나오는 솔로 앨범에 대해 힌트를 좀 준다면.
“아무래도 혼자할 땐 실험이 좀 더 자유로운 것 같다. 트로피컬처럼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할 수도 있고. 최근에는 입으로 악기 소리를 내거나 사용가능한 보컬 이펙트도 다양해졌는데 그런 것도 해보고 싶다. 로꼬 등 다양한 피처링도 준비돼 있다.”
강호동·김희선과 함께 예능 ‘섬총사’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강호동·김희선과 함께 예능 ‘섬총사’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20대를 두고 서로 남의 것을 뺏고 빼앗기는 ‘해적선’ 같았다고 말한 그는 다른 아이돌 밴드에 대해 “경쟁자라기보다는 꽃길 걷게 도와주고 싶은 후배들”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도 일본처럼 밴드 시장이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5000석 다음에 1만 석, 2만 석으로 바로 안가도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도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래서 저도 기회가 되면 8000석 정도 공연장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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