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서 죽겠다"는 류 샤오보...中, "장시간 이동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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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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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가 "죽어도 서방(유럽이나 미국)에서 죽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국 정부는 그의 출국을 불허했다.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사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베이징 주재 미국·독일·유럽연합(EU) 외교관과 가진 면담에서 "류샤오보의 병세가 위중해 장시간 이동은 적절치 않다"며 "류샤오보의 가족은 류샤오보가 국내에서 받고 있는 치료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그가 출국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류샤오보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류샤오보는 이에 앞서 출국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각)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샤오보 부부의 지인인 랴오이우의 발언을 인용해 "해외에 나가 치료를 받는 것이 이 부부의 간절한 소망"이라며 "류샤오보는 '차라리 서방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사진 랴오이우 트위터 캡처]

[사진 랴오이우 트위터 캡처]

또 랴오이우는 트위터에는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가 쓴 자필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류샤오보가 중국을 떠나는 것에 동의했다. 우리가 중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류샤오보는 2008년 중국의 인권 개선과 일당 독재 종식, 언론 자유 등을 촉구하는 '08 헌장'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2009년 11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2010년에는 중국 민주화에 헌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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