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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핵심 공직자 14명의 자녀, 외고·자사고·8학군 고교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 정부의 청와대 수석과 장·차관 등 핵심 인사 14명의 자녀가 외고·자사고·강남 8학군 고교 등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추진하는 새 정부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자녀들이 상당수 외고나 자사고를 나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곽상도 의원실 자료, 핵심 공직자 14명의 자녀 19명 #외고·자사고, 강남8학군, 외국인학교 출신 #강경화·김부겸·조국·김진표 등은 외고·자사고 #학부모 "자기들은 좋은 학교 보내놓고 지금은 폐지?" 비판 #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정부 핵심 인사 14명의 자녀 19명이 자사고·외고·외국인학교·강남 8학군 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자사고 1명 ▶외고 4명 ▶강남 8학군 11명 ▶외국인학교 3명이다. 곽 의원측은 "당초 주요 공직자 86명의 자료를 요청했으며 21명이 자료를 보내와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외고·자사고 폐지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혀왔던 조국 민정수석의 딸은 한영외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 수석은 지난 2014년 펴낸 자신의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특목고·자사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주장한 바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14년도에 출간한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표지. 조 수석은 이 책에서 "특목고, 자사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14년도에 출간한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표지. 조 수석은 이 책에서 "특목고, 자사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외고에 진학한 것도 모자라 졸업 후 이공계를 거쳐 의전원까지 간 것은 외고 설립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교육부총리 시절 외고 폐지론을 주장했던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자신의 딸은 대원외고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사고, 특목고가 특별히 문제가 된 것은, 설립취지와 다르게 사교육의 온상이 됐고 그것도 고액 사교육을 유발하는 온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진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도 자사고인 하나고를 나왔다. 특히 안 전 후보자의 아들은 재학 중 솜방망이 처벌과 학생부 기재 누락 의혹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입학해 논란이 됐다.

 외고·자사고에 버금가는 서울이 ‘강남 8학군’ 학교 쏠림도 두드러졌다. 경기교육감 시절부터 고교서열화 타파 등 평등교육을 주장했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세 딸은 모두 ‘강남 8학군’인 영동일고와 숙명여고를 나왔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도 각각 명문고인 서울고, 중대부고, 개포고를 졸업했다.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딸(영파여고)과 한승희 국세청장의 두 딸(진선여고)도 '강남 8학군'에 속한 학교를 나왔다.

 외국인학교 출신도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큰 딸을 이화여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시도한 것으로 밝혀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둘째 딸과 아들이 외국인학교인 용산국제학교를 나왔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의 아들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진보교육감들도 예외는 아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두 아들이 각각 명덕외고와 대일외고를 졸업했고,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아들은 외고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도 아들이 김포외고 출신이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폐지 대상은 아니지만 ‘귀족학교’라는 별칭이 붙은 고급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낸 경우도 있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남을 대표적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 보냈다. 이 학교는 분기당 학비가 150만 원 정도로 비싼데다 한때 최태원 SK 회장의 장남이 다니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에 대해 중1 자녀를 둔 조운희(45)씨는 “자기 아이들은 자사고·외고 등에서 우수한 교육을 시켜놓고, 지금은 이들 학교의 폐지를 주장하는 걸 보니 기가 막힌다"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지도층도 학부모일 때 자녀를 위해 외고·자사고라는 선택을 했듯, 지금의 학부모들이 같은 선택을 하는 걸 갑자기 막아선 안 된다”며 “충분히 대안을 만들어놓고 의견수렴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박형수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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