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드, 남북 오해 있으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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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7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와 관련, “사드의 정치적 함의가 커져서 그것이 미·중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고, 남북 간에 오해가 있고 하다면 그 피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온 여당 대표의 발언이다.

 추 대표는 이날 한국학술연구원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차 코리아포럼 북핵 문제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은) 이미 사드를 뛰어넘는 비대칭적인 전략무기를 빠른 속도로 개발, 확보하고 일부는 성능이 실전에 배치 가능할 정도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 대표의 이날 발언은 즉석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추 대표에 앞서 발언자로 나선 박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우리도) 하루빨리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이날 학술회의의 사회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였다.
 추 대표는 이날 '외교의 실패는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조지 캐넌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칫 지금의 실수나 착시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한뿐 아니라 미·중 간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한반도는 그 사이에 지정학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구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제재와 압박만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또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가) 마치 특별한 방책·비책이고 이것만이 한·미 동맹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또 “전쟁은 돌발적인 것이다. 예고편도 징후도 없다. 전쟁은 그 나라의 결정권자가 전쟁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일어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드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과잉·과장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 때문에 저는 많은 고민을 하는 집권당 대표”라며 “남북 간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느냐. 반드시 완화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때”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당·청 간의 '사드 역할 분담론'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가 사드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과 달리 집권여당 대표가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지적해 대미 사드 관련 협상에서 일정 부분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 대표 측은 "청와대와의 교감은 절대 없다"며 "사드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추 대표의 평소 지론"이라고 전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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