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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묵은 낙엽, 무당벌레가 키우는 딸기·토마토 … 자연 그 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셰프의 선택 │ 김정석의 ‘준혁이네 농장’

‘셰프의 선택’은 식음업계 전문가들이 평소 믿고 거래하는 식자재나 식기 업체 정보 등을 알려주는 코너다. 이번 주는 ‘이닝’과 ‘js가든’으로 이름을 알린 서울 청담동 중식당 ‘더라운드’ 김정석 대표가 추천한 경기도 남양주의 자연 농법 농장 ‘준혁이네’다.

김정석(사진)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쓰자”는 원칙을 중시한다. 냉동 식자재는 아예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웬만한 식자재도 이틀을 넘겨 보관하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 8시쯤이면 식자재가 떨어져 손님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정도다. 그러니 늘 신선한 식자재를 찾아 나설 수밖에. 까다로운 그를 사로잡은 건 자연 농법으로 재배하는 ‘준혁이네’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한식당 ‘밍글스’의 강민구 오너셰프 등 유명 셰프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강 셰프는 가끔씩 농장을 찾아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족보 있는 ‘에일룸’ 품종 주로 키워 #재료 고유의 쓰고 달고 신맛 살려 #채소 120여 종 … 주문하면 맞춤 재배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준혁이네’ 농장은 흡사 축소판 자연 생태계 같다. 에일룸(heirloom, 대대로 계속 심고 그 씨를 받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종자) 품종을 주로 재배하고 비료와 농약은 전혀 쓰지 않는다. 제초제나 생장촉진제 같은 화학용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삽으로 흙을 뒤엎는 것 같은 인위적인 작업도 하지 않는다. 낙엽을

3년간 그대로 두어 생긴 천연 퇴비만 쓰고, 필요할 땐 쌀겨로 만든 천연 약제를 사용한다.

준혁이네는 이력을 알 수 있는 품종인 에일룸을 주로 재배하고 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다. 사진은 옐로방울토마토. [사진 준혁이네(lettucejang) 인스타그램]

준혁이네는 이력을 알 수 있는 품종인 에일룸을 주로 재배하고 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다. 사진은 옐로방울토마토.[사진 준혁이네(lettucejang) 인스타그램]

농약을 쓰지 않으니 자연히 벌레가 생긴다. 벌레 때문에 골치 좀 썩지 않느냐는 물음에 ‘준혁이네’의 이장욱 사장은 “자연의 순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농장에선 이파리를 좀먹는 진딧물을 없애겠다고 농약을 치지만 이곳에선 그저 하우스 문을 열어 놓는다. 그러면 자연스레 진딧물의 천적인 병대벌레와 무당벌레가 들어가 진딧물을 없애준다.

수정 방법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야생벌을 구입해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떠돌이 파리’라는 별명이 붙은 꽃등에가 하우스로 들어와 딸기꽃을 수정한다.

진딧물의 천적인 병대벌레. [사진 준혁이네(lettucejang) 인스타그램]

진딧물의 천적인 병대벌레. [사진 준혁이네(lettucejang) 인스타그램]

이런 게 바로 자연 농법이다. 자연 농법의 장점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생으로 먹는 토마토를 떠올리면 된다. 대부분의 농장은 토마토를 더 크고 달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을 쓰곤 한다. 생으로 먹을 땐 분명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는데 이상하게 요리에 쓰면 딱 ‘단맛’밖에 나지 않는다. 이 사장은 쓴맛·신맛·단맛 등 재료가 원래 갖고 있는 천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자연 농법을 고수한다.

평소 인위적인 단맛에 불만이 많던 셰프들이 ‘준혁이네’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 사장은 셰프들뿐 아니라 일반 개인 고객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새로운 품종을 주문하면 그에 맞춰 키운다. 그래서 현재 ‘준혁이네’엔 120여 종이나 되는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다. 딸기·토마토·가지부터 생소한 초록색의 그린콜리플라워와 버터헤드레터스(상추의 일종), 공심채까지. 토마토만 해도 옐로토마토, 레드토마토, 발리토마토, 비프스테이크토마토 등 20여 가지나 된다. 셰프들 요청으로 식용 꽃도 판매 중이다.

준혁이네 채소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 매달 둘째 주 일요일 혜화동 마로니에 예술극장에서, 그리고 넷째 주 토요일에는 성수동 언더스탠드 애비뉴에서 열리는 마르쉐 장터에 가면 된다. 시간이 나질 않는다면 직배송으로 받아 볼 수도 있다. 만약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그리고 성동구 행당동 인근이라면 블로그에서 출하 품목을 보고 주문하면 된다.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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