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유효,협조하라"서한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박종훈(57·사진) 경남도교육감이 22일 경남지역 일선 학교장과 교육장에게 “법외노조인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은 유효하다”며 “협약(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게 전교조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서한문과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중앙포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중앙포토]

박 교육감은 21일 보낸 ‘교직단체와 상생의 협력 문화를 당부드립니다’라는 서한문에서 “새 정부 출범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폐지가 시행됐고, 이와 함께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 회복 문제”라며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상 노조 아님’ 통보로 인한 법외 노동조합이지만 현존하는 엄연한 교직단체이자 교육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직단체에 대한 판단은 외부보다 교육현장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며 “새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종훈 교육감이 보낸 서한문의 일부.황선윤 기자

박종훈 교육감이 보낸 서한문의 일부.황선윤 기자

이 서한문과 관련, 경남도교육청은 23일 ‘전교조 경남지부 단체협약 및 정책업무협의회 합의사항 이행 관련 알림’이란 공문을 교육장과 학교장에게도 보냈다. 교육청은 공문에서 “전교조는 현재 법외 노동조합이지만 우리 교육청과 전교조 경남지부가 기체결한 단체협약(2015.4.2)과 정책업무협의회 합의서(2016.11.9)는 실무부서에서 법적 검토 및 이행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협약(합의)의 파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유효하다”며 “평화적인 노사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전교조가 법외 노조이긴 하지만  협약(합의)은 유효하다며 학교장 등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의 일부. 황선윤 기자

경남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의 일부. 황선윤 기자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한남애 공보과장은 “전교조가 법외 노조이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협약사항 등을 놓고 이행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혼선과 문의가 있어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청 입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장·교육장에게 "전교조는 법외노조,단체협약 유효하다"며 협조 요청 #관계자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효력에 문의 있어 교육청 입장 전달한 것"해명

하지만 이 같은 서한문과 공문은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교육부의 해석과 배치되는 데다 법외노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이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전교조 단체협약 효력 상실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남을 비롯해 서울·세종·광주·강원·전북·제주 등 7개 교육청을 제외한 10개 교육청이 이 통보를 이행했다.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은 “법외노조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계류중인데도 합법화할 것이라고 예단해서 서한문 형태로 보낸 것은 초법적인 지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조합원 중 해직자 9명이 포함돼 있다며 법외노조를 통보하자 취소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하는 등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